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6억원을 들여 제작했으나 부실시공 등 논란을 거듭해 온 ‘거제 거북선’이 12년 만에 결국 폐기 처분된다. 수차례 매각 시도 끝에 154만원이라는 헐값에 겨우 팔렸지만, 낙찰자가 그마저도 가져가기를 포기하면서다.
경남 거제시는 “26일까지 낙찰자가 거북선을 인도하지 않아 다음 달 폐기물 소각장으로 옮겨 폐기할 방침”이라고 27일 밝혔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재현해 ‘1592 거북선’으로도 불렸던 상징물이 건조된 지 12년 만에 폐기물로 소각되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앞서 이 거북선은 지난 5월16일 거제시 공유재산 매각 일반입찰에서 154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 154만원은 최초 제작비인 16억원과 비교하면 0.077%에 불과한 그야말로 헐값이었다.
그러나 낙찰자는 낙찰 대금을 모두 지급하고도 거북선 인도를 결국 포기했다. 인도 기한은 26일까지였다. 거제 출신 교육자로 알려진 낙찰자는 이 거북선을 체험 학습용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선체 부식이 상당한 데다 무게가 100t이 넘어 옮길 방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북선을 옮기려는 곳이 한려해상국립공원 지역이라 부지 용도 변경 허가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앞서 거북선 철거 민원이 많아 인도 기한이 지나면 철거를 시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제 거북선은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경남지사 시절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순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1년 완성됐다.
거제시는 거북선 제작 당시 국내산 소나무인 ‘금강송’을 재료로 썼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후 제작 과정에서 저급품인 미국산 소나무를 섞어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짝퉁 거북선’ 논란이 일었다. 계약과 달리 임의로 수입산 목재를 쓴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는 2012년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두관 경남지사는 도민 앞에 나서서 사과했다.
또 방부 처리를 소홀히 해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거나 뒤틀리는 현상도 반복됐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는 거북선의 꼬리 부분이 파손돼 폐기 처분 의견이 나왔다.
유지·보수에만 수억원을 써온 거제시는 매각을 시도했지만 거북선은 7번이나 유찰되는 수모도 겪었다.
거제 거북선은 폐기 업체 선정 등 절차를 밟게 되면 내달 중 폐기될 전망이다. 선체에 쓰인 목재는 소각되고, 금속은 고물상에 매각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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