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진입 직전 이를 군사행동을 중단을 선언한 뒤 철수하자 주요 도시들도 잠잠해진 분위기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25일(현지시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버스 터미널, 기차역의 정상 운행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로스토프나도누는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진격을 선언한 뒤 장악한 지역이다. 로스토프나도누 교통 당국은 “버스와 기차 승차권이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시민들을 다독였다.
AFP통신도 우크라이나 훈련캠프로 돌아가라는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명령이 떨어진 뒤 전투원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바그너그룹 소속 탱크 한 대와 군용 차량 여러 대가 러시아 군 사령부에서 떠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밤 프리고진이 현지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로스토프나도누 떠났다고 했다. 현지 매체와 SNS에 게시된 영상에는 바그너그룹 소속 탱크가 떠나고 바리케이드를 제거한 길거리를 청소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모스크바주 서남쪽에 있는 칼루가주도 이날 이동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전날 러시아군과 바그너그룹 사이의 교전이 벌어졌던 보로네시에서는 이날 석유 저장 탱크 화재가 발생했다. 당국은 화재 원인을 밝히지 않았지만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테러 작전 체제가 선포된 모스크바에서도 이동 제한 조치가 단계적으로 해제되는 중이다. 당국은 다만 보안상 이유로 26일까지 내린 휴무령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발표했다. 모스크바는 바그너그룹이 빠른 속도로 목전까지 조여오자 외곽에 기관총 포대를 설치하고 도로를 파내는 등 대비에 나섰었다.
중국 신화통신은 폐쇄됐던 크렘린궁 앞의 붉은광장도 제한적으로 관광이 허용됐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내 3개 공항이 모두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그룹의 본사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도 특이 동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크렘린궁은 전날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될 것이며 그는 벨라루스로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바그너그룹 소속 병사들의 안전 보장도 약속했다. 벨라루스 대통령실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합의 하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프리고진과 협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은 러시아 내에서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현지 매체들은 남부 벨라루스로 떠난 프리고진의 행방이 아직 묘연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가 남부 거점이었던 로스토프에서 떠난 지 약 15시간이 지났지만 망명지 벨라루스에 도착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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