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바벨론의 느부갓네살 2세(B.C 630년~B.C 562년)가 화려하게 등장한 역사적 무대는 지금의 ‘제라불루스’(Jerablus) 지역에서 벌어진 갈그미스 전투(The Battle of Carchemish, B.C. 605년)이다. 당시 애굽의 느고는 앗수르를 격파하고 근동의 패권을 장악해가던 신바벨론의 팽창을 막기 위해 북방진출을 꾀했다. 근데 상황을 오판한 남유다의 요시아가 그들 군대의 진입로를 차단하고자 이스르엘 평원의 요충지 므깃도에서 일전을 치렀다.(B.C 609년) 예루살렘 멸망 전 마지막 종교개혁의 영적부흥을 이끌었던, 젊고 유능한 왕(요시아)은 불운하게도 전사했다. 그의 죽음은 애굽의 내정간섭과 남유다의 몰락을 재촉하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갈그미스 전투는 신바벨론의 남하, 즉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및 동부 지중해 연안에 대한 주도권 쟁탈을 저지하고자 앗수르 잔존세력과 동맹을 맺은 애굽의 느고가 바벨론의 야심찬 느부갓네살 왕에 맞서 유프라테스강 서안 갈그미스에서 치열하게 격돌한 전쟁이다. 한마디로 그것은 근동 열강들에게 국제적 힘의 질서를 재부여했다.
한편 바벨론 군대는 애굽을 대파한 전승의 기세를 몰아 남유다를 공략한다.(B.C 605년, 느부갓네살 원년, 제1차 침공) 그 후 요시아의 아들이자 느부갓네살의 봉신인 여호야김이 친애굽정책을 고수하면서 반기를 들고 조공을 바치지 않았다. 뒤이어 18세에 즉위한 여호야긴(역대기에는 8세로 소개됨)도 부왕의 반바벨론 입장을 취하면서 연거푸 배신한다. 대로한 느부갓네살은 유다를 재차 공격해 여호야긴을 폐위시키고 그의 숙부인 맛다니야(시드기야)를 왕으로 옹립한다.(B.C 597년, 제2차 침공)
일촉즉발의 위기 가운데 느부갓네살에 의해 보위에 오른 시드기야는 봉신국에 대한 충성서약을 약 8년간 이행했다. 그러나 (그는) 왕실 친애굽파의 회유와 주변 군소국가들(에돔과 두로, 시돈과 모압 등)의 설득에 의해 결국 반바벨론 군사동맹을 맺는다. 느부갓네살은 곧 예루살렘을 포위했다. 그의 군대는 약 18개월 동안 파상공세를 퍼붓는 공성전을 벌이다가 마침내 북문성벽을 뚫었다.(B.C 588년 1월~B.C 587년 7월, 제3차 침공) 유다의 시드기야는 비참하게도 두 아들이 처형당하는 것을 목도해야 했고 자신도 두 눈이 뽑힌 채 쇠사슬에 묶여 바벨론으로 끌려갔다.
예루살렘 성을 파괴한 느부갓네살이 다니엘서에 재등장한다. 바벨론 도성엔 유다에서 잡혀 온 시드기야의 친족, 네 명이 있었다. 이들은 다니엘(벨드사살)과 하나냐(사드락), 미사엘(메삭)과 아사랴(아벳느고)였다. 왕은 선택받은 유다 소년들에게 그의 식탁에서 식사하게 했고 갈대아의 학문과 언어 및 점성술을 배우고 익히게 했다. 제국을 잠재적으로 강성케 하려는 의도였다. 소위 ‘우수한 두뇌의 국외유출’이다. 근데 그들은 왕의 밥상을 걷어차고 이교도의 책상은 붙들었다.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는 우상의 제물로 바쳐진 음식을 거부하기로 결단한다. 그들은 환관장, 아스부나스를 찾아가 왕의 진미와 포도주 대신 다른 음식(콩과 대추야자 및 채소)을 먹을 수 있도록 허락을 구한다. 열흘 동안 시험해 본 결과 그들의 얼굴이 왕의 기름진 음식을 먹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아름답고 피부(살)도 윤택해 보였다. 삼년 후 기한이 차서 감독관은 훈련시킨 유다 청년들을 왕 앞으로 인도했다. 왕은 그들의 지혜와 총명이 바벨론 박수와 술객보다 열 배나 뛰어남을 확인했다. 왕은 다니엘과 그의 세 친구를 몹시 총애했다.
B.C 603년 느부갓네살이 어느 여름 날 꿈을 꾸었다. 아침에 뒤숭숭한 잠에서 깬 후 도무지 그 꿈을 기억해 낼 수 없었다. 성경에서는 꿈이 대개 여호와의 뜻이 전달되는 통로로 사용된다. 그는 박수와 술객과 점쟁이와 갈대아 술사들을 불러 모았다.
“내가 명령을 내렸나니 너희가 만일 꿈과 그 해석을 내게 알게 하지 아니하면 너희 몸을 쪼갤 것이며 너희 집을 거름더미로 만들 것”(단 2:5)이라고 위협했다. 생떼도 그런 생떼가 없다. 그들이 “신들 외엔 왕 앞에 그것을 보일 자가 없나이다”(단 2:11)라고 솔직히 고백하자 진노한 왕은 ‘그들을 모두 잡아 죽이라’ 엄명했다. 제국의 내로라하던 현자와 박사들이 생죽음 당하게 됐다.
한편 다니엘은 근위대장 아리옥에게 저간의 사정을 듣고 왕께 나아가 (마법사들의 처형) 기한을 늦추시면 꼭 해몽해 드리겠다고 약속한다. 다니엘은 곧바로 귀가해 그의 세 친구에게 중보기도를 요청한다. 그는 밤에 환상을 통해 ‘이 은밀한 것’(단 2:19)을 깨달았다.
이윽고 다니엘이 소환됐다. 그는 먼저 ‘오직 은밀한 것을 나타내실 자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시라’(단 2:28) 선언한다. 동시에 그 분이 보여주신 계시는 바로 ‘장래 일’을 뜻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왕의 꿈을 설명했다.
“왕이 한 큰 신상을 보셨나이다…그 우상의 머리는 정금이요 가슴과 팔들은 은이요 배와 넓적다리는 놋이요 그 종아리는 철이요 그 발은 얼마는 철이요 얼마는 진흙이었나이다.”(단 2:31~33) 그는 계속해서 말하길 “또 왕이 보신즉 사람의 손으로 하지 아니하고 뜨인 돌이 신상의 철과 진흙의 발을 쳐서 부서뜨리매 때에 철과 진흙과 놋과 은과 금이 다 부서져 여름 타작마당의 겨 같이 되어 바람에 불려 간 곳 없었고 우상을 친 돌은 태산을 이뤄 온 세계에 가득하였었나이다.”(단 2:34~35)
긴장 속 정적이 감돌면서 의미심장한 신탁이 전달됐다. 그는 우상의 정금머리는 왕과 바벨론 선왕들을 가리키며 은으로 된 두 팔과 가슴은 왕의 나라가 두 왕에 의해 교체, 나누어짐(단 8:20, 두 뿔 가진 숫양: 메대와 바사 왕들)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 후 청동으로 무장한 왕이 서쪽에서부터 와서 두 왕국을 무너뜨릴 것(단 8:21, 털이 많은 숫염소: 헬라 왕)이라고 예언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금속보다 강한 철과 같은 나라(단 7:7, 열 뿔과 쇠로 된 이를 가진 짐승: 로마 제국이라고 간주됨)가 일어나 세상을 정복해 지배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니엘은 꿈의 내용이 하나님께서 예정하신 열왕의 운명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거침없는 불패 신화를 써가고 싶겠지만 종국적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영원한 것은 오직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나라다. 그는 산에서 뜨인 돌이 신상을 무너뜨려 금과 은, 놋과 철을 산산이 부수었고 마치 바람에 날리는 겨처럼 흩어져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동시에 우상을 친 그 돌은 세상이 온통 뒤덮일 만큼 태산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장차 도래할 메시아 왕국(The Kingdom of God)을 암시하는 것이다. 해몽을 듣고 놀란 느부갓네살이 그에게 엎드려 절하고 예물과 향품을 주면서 고백한다. “너희 하나님은 참으로 모든 신의 신이시오 모든 왕의 주재시로다”(단 2:47) 뿐만 아니라 그의 세 친구 역시 등용해 바벨론 지방을 맡아 다스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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