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7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추 부총리는 또 라면 제조업체를 향해 “가격을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추 부총리는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추 부총리는 “물가가 전반적인 수준에서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다”며 “이달이나 다음 달에는 2%대 물가에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를 기록했다. 지난 1월 5.2% 이후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라면값 인상 적정성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만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전기·가스 요금과 관련해 “현재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적자 부분을 좀 해소하겠지만 적자를 해소하는 과정은 수년간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요금은 여러 기간에 걸쳐 시기를 분산해 오르게 함으로써 한꺼번에 오르는 것을 조절한다”고 덧붙였다.
역전세 문제 해결책도 언급했다.
추 부총리는 “약 50%, 100조원 상당이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본다”며 “집주인이 전세 차액을 반환하는 부분에 한해 대출규제를 완화해 집주인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다음 세입자가 선순위 대출에 걸리지 않도록 집주인이 전세 반환보증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관계부처가 세부 대책을 막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집주인이 대출자금을 투기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지 않냐는 지적에는 “전세금을 반환하거나 차액 보전하는 데 쓰는지, 제대로 용도에 맞게 쓰는지 직접 확인하면서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답했다.
추 부총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재정 정책 등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현금 살포성이나 나랏빚 걱정하지 않고 선거를 앞두고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하는 것은 종국에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빚이 많으면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기 시작한다. 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해 가만히 있어도 재정건전성이 더 위험해지므로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더불어민주당의 추가경정예산 요구에 대해서도 “‘민생이 어렵지 않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추경이 아니어도 (지원) 방법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쪽에선 국세수입이 수십조원 부족하다고 우려하면서 35조원 상당의 추경을 하자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설화 논란을 야기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추 부총리는 싱 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 등을 두고 “굉장히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중국은 한국의 제1 경제·교역 파트너”라며 “중국과 협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경기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이야기했고, 저희도 하방 위험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고 판단한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터널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출은 3분기 이후로 가면서 서서히 좋아질 것”이라며 “경상수지는 5월 이후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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