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기술의 위험성을 연일 역설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여러 나라를 방문해 규제 논의에 불을 붙이는 중이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찾아 AI 기술이 초래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미·중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선 미국 빅테크들이 후발주자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려고 AI 규제를 강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트먼 CEO는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인공지능아카데미(BAAI)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 최고의 AI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발전된 AI 시스템 얼라인먼트(alignment·정렬) 해결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전 세계 최고 인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11일 전했다. AI 얼라인먼트는 AI 시스템을 인간 가치관이나 윤리 원칙에 맞게 조정하는 걸 의미한다.
올트먼 CEO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에서 경제적 제재 등으로 중국 AI 기술의 발전을 억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와중에 나왔다고 WSJ는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 여파로 AI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트먼 CEO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행사를 갖고 AI 위험성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아직 AI 규제 틀(프레임워크)에 대한 세계적 기준이 없고, 참고할 만한 법규도 없다”며 “AI 기술은 굉장한 잠재력이 있지만, 잘못 활용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회장 겸 공동창업자는 “기술 자체가 아닌 활용 사례를 규제해야 한다. 기술은 규제를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각 분야마다 규제의 방법이 달라야 할 것”이라는 신중론을 펼쳤다. 올트먼 CEO도 “규제가 만들어져도 AI 기술의 장점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최근 오픈AI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들이 AI 규제를 강조하는 배경에 ‘후발주자 추격 따돌리기’ 의도가 깔려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IT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생성형 AI 모델을 출시하려는 입장에선 규제 논의는 아무래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선 네이버가 올해 여름에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카카오브레인이 하반기에 KoGPT 업그레이드 버전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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