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신고에 불만을 품고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33)씨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자주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김씨는 28일 오후 2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기 위해 서울 금천경찰서 정문 앞으로 나오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미안하지 않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냐는 질문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살해 동기를 묻는 질문엔 대답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라타 서울남부지법으로 향했다.
서울남부지법 이소진 판사는 이날 오후 3시 김씨를 심문한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씨는 지난 26일 오전 7시17분쯤 금천구 시흥동 한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여성 A씨(47)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달아난 김씨는 약 8시간 후인 오후 3시25분쯤 경기 파주시 한 공터에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당시 차량 뒷좌석에서 A씨 시신이 발견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자신을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한 사실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1일 이별 통보를 받은 뒤 금천구에 있는 A씨 집 근처 PC방 등을 전전했다. 범행 직전인 26일 새벽에는 A씨 집에서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김씨가 TV를 부수고 팔을 잡아당기는 등 폭행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A씨의 데이트 폭력 신고로 범행 당일 오전 5시37분쯤 지구대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오전 6시11분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김씨는 A씨 집에서 흉기를 챙겨 나온 뒤 인근 PC방 건물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A씨 차량 뒤에 숨어 기다리다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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