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운 경기를 했다.”
팀의 패배에도 감독이 만족이 깃든 코멘트를 한 데엔 이유가 있다. 기대되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T1은 2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 퍼시픽’ 플레이오프 결승 진출전에서 DRX를 상대로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대 3으로 패했다.
앞선 정규 시즌에 0대 2로 완패한 것 대비 장족의 발전이다.
경기 후 매체 인터뷰에서 윤으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운 경기를 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저희가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드러났지만 반대로 우리가 톱 레벨 팀 상대로 이정도 경기를 할 수 있구나 체크할 수 있었던 경기라 의미 있었다”고 돌아봤다.
DRX는 명실상부 국내 최강 팀이다. 창단 후 국내 프로 대회 우승컵을 놓친 적이 없다. 국제 대회에서도 한국의 얼굴로서 늘 가장 빼어난 성적을 냈다.
그런 팀을 상대로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위협적인 플레이를 한 데에 만족감을 드러낸 셈이다. 윤 감독은 “저희와 DRX가 추구하는 플레이 방식이 정반대다. 그렇지만 저희가 원하는 팀 컬러와 플레이 방식에서 의미있는, 좋은 게임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팀을 만든 지 얼마 안됐지만 이 정도 레벨을 보여줬다는 것이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완할 점도 있었다. 디테일한 부분인데, 게임 내에서 스노우볼을 굴리는 측면이 있는데 DRX가 좋은 개념을 가진 부분이 몇개 있었다. 오늘 경기를 통해 저희가 배웠다. 고쳐나가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건 객관화를 잘하자는 거다. 우리가 진 게 어떤 전략이나 리딩에 의해 졌는지, 좋았지만 에임이나 운이 안 좋았는지를 정확히 봐야 한다. 거기에서 잘못 판단하는 순간 게임을 못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선수들이 (객관화를) 잘 해줬고 저도 퍼즈 때마다 그 부분을 많이 강조했다. 다섯 경기 모두 좋았다. 그만큼 치열한 경기가 나왔다. 선수들이 스타일을 잘 유지해줬다”고 밝혔다.
T1은 다음달 일본 도쿄(지바현)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 3번 시드로 참가한다. 윤 감독은 “3번 시드로 가기 때문에 강팀을 만날 거로 예상되지만 오늘 DRX를 상대해보니 잘 준비하면 충분히 좋은 경기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내다봤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가한 ‘사야플레이어’ 하정우는 “기대한 것보다 좋은 모습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경기를 통해 얻은 게 많다. 아쉽지만 다음엔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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