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청년 A씨는 대학 졸업 후, 한식뷔페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40대 사장이 ‘성실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며 자신이 만든 주점 프랜차이즈 동업을 제안했다. 동업자금으로 각자 4000만원씩 투자해서 가게 운영 수익금을 5대 5로 배분하자는 것이다.
A씨는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어서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아놓은 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부탁했다. 부모님은 A씨가 너무 서두는 것 같아서 불안했지만, 여느 부모들처럼 A씨를 응원하며 은행에서 대출받아 A씨에게 건넸다.
A씨는 경험이 일천하여 동업자금 관리나 인테리어 공사, 가게 임대차 계약 등 개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사장에게 맡겼다. 그렇게 개업을 준비하던 와중에 사장이 또 다른 제안을 했다. A씨가 4000만원을 더 투자하고 수익금 배분 비율을 6대 4로 하자는 것이다. A씨는 이미 들어간 돈이 있어서 마다하지 못하고 결국 4000만원 신용 대출을 받아서 사장에게 건넸다.
그런데, 이상하다. 막상 가게에 가보니 도저히 1억2000만 원을 들인 가게가 아니다. 부모님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사장에게 지출 내역을 요구했다. 사장은 ‘나를 못 믿냐’고 화를 내면서 ‘총 1억3000만원이 지출되어서 자신이 1000만원을 더 투자한 셈이니 수익금에서 1000만원을 먼저 가져가겠다’고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게 2020년 9월의 일이다. 사장의 막무가내에 A씨는 어쩔 수 없이 법에 호소하기로 하였다. 법의 결론은 2023년 5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왔다. 법정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사장은 한 푼도 내지 않고 오로지 A씨가 투자한 돈으로만 지출하였고, 그것도 4000만원만 정상적으로 지출하고 나머지 4000만원은 사장 개인이 유용하였다. 사장은 A씨를 등쳐먹었듯이 또 다른 20대 청년을 등쳐먹은 사건까지 겹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었다. 그리고 사장에게 집행할 재산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5000만원 배상 판결도 받았다. 그래도 법이 A씨의 억울함을 조금은 풀어준 셈이 되었다.
A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30대 이하 청년이 대부분인 전세 사기 피해자는 법에 호소하더라도 피해를 온전히 회복할 가능성이 난망하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20, 30대 청년의 극단적 선택이 계속되고 있다. 2월 28일에 30대 남성이, 3월 14일에 20대 남성이, 4월 17일과 5월 8일에는 30대 여성 두 명이 숨졌다. 한 피해자는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겼다. 사실 현 정부는 집 가진 자에 대해서는 후한 혜택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있음에 반해 집 없는 자에 대한 정책은 전 정부, 임대차 3법을 탓하며 엄격하고 더디게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김난도 교수는 암울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괴로워하는 청춘들을 위로하며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표현했다. 청춘이 꼭 아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대 청춘은 정말 아프다. 청춘이 아픔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님에도 그 아픔을 온전히 청춘 홀로 감당하게 하는 것은 잔인하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