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직업을 속이고 교제한 여성에게 억대의 돈을 편취한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기혼에 자녀도 있지만 미혼 행세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판사는 사기,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여성 B씨로부터 사업비 명목으로 총 1억84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미 결혼해 자녀를 뒀지만 이를 속이고 B씨와 교제하며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다. 헬스장 기구를 바꿔 거래처에 돈을 줘야 한다”고 거짓말하는 식으로 20차례 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직업뿐 아니라 이름과 가족관계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사용한 가명은 앞서 결혼한 아내와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 이름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가을 가짜 부모와 하객을 동원해 B씨와 결혼식까지 올렸다.
그러나 B씨 가족들은 혼인 신고를 미루는 A씨를 의심했다. A씨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잔고를 14억원인 것처럼 통장 거래 내역도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것처럼 가족관계 증명서를 조작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부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빌린 돈을 변제하지 못했을 뿐 B씨와의 결혼 생활을 유지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와 사이에서 낳은 자녀의 출생신고를 계속 미뤘고, 자녀를 부양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해자는 경제적 손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으로부터 배신당한 정신적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한 자녀의 양육도 홀로 부담할 것으로 예상돼 피고인의 범행은 쉽게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고 판시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