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역에 문 닫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전기·수소차 보급이 확대된 데다 내연기관 자동차 연비가 개선되면서 연료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열 경쟁으로 인한 제 살 깎아 먹기 영업도 한몫하고 있다.
11일 국세청 국세포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금을 내는 광주지역 주유소는 254곳으로 2021년 261곳, 2020년 271곳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해마다 10곳 정도 간판을 내리고 있다.
전남지역 역시 2020년 814곳, 2021년 804곳, 2022년 803곳으로 감소추세가 뚜렷하다. 한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 주유소 업주들의 잇따른 폐업은 전기·수소차 보급이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광주지역 전기차 등록 대수는 3월 말 현재 9761대로 1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2020년 2660대에 비해 2년여 사이 3.7배 늘어난 것으로 전체 자동차 71만8000여대의 13.6%를 차지한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번갈아 사용하는 일명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제외한 수치다. 전기차와 더불어 친환경차로 꼽히는 수소차 역시 2018년 36대에 불과했으나 현재 630여대로 4년여 동안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개발로 자동차 연비가 대폭 향상되면서 휘발유 등 연료 수요가 감소한 영향도 적잖은 것으로 풀이된다.
휘발유 기준 1990년대까지 대부분 한 자릿수를 맴돌던 승용차 연비는 2010년대 이후 대부분 10㎞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런 연비향상은 자연스럽게 주유소 매출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광주의 휘발유·경유 사용량이 2018년 5909㎘에서 2022년 5562㎘로 줄었다고 밝혔다. 승용차 등의 등록대수가 해당 기간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연료소비 감소가 매우 두드러진 셈이다.
주유업계의 가격경쟁과 제 살 깎아 먹기 영업도 빼놓을 수 없다. 대형 정유사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한국석유공사, 농협경제지주,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알뜰주유소가 최근 줄지어 문을 열면서 기존 주유소들은 설 땅을 잃고 있다.
지역 주유업계는 정부 지원을 받는 알뜰주유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손님은 해마다 줄어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에도 주유소를 어쩔 수 없이 운영하는 곳이 적잖다.
이에 따라 인건비 절약 등을 위해 셀프주유소로 전환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지만 ‘주유소 전성시대’로 돌아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지역 주유업계는 이 같은 주유소 폐업이 당분간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국 각지 1만 1000여곳의 주유소가 2040년 3000곳 수준으로 3분의2 이상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분석자료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나마 상당수 주유소는 부지의 원상복구를 위해 최소 2~3억원이 필요한 ‘토지정화비’ 등의 부담이 걸림도로 작용해 폐업을 하기도 여의치 않다고 호소하는 실정이다.
개업 초기 상당한 투자를 한 업주들은 건물, 설비 등의 감가상각에 따른 손실을 감수하고 영업중단을 결정해도 거액의 폐업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고 볼멘소리다.
한국주유소협회 전남도지회 관계자는 “주유소 업주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진퇴양난’ 신세라고 보면 된다”며 “적정 수익은커녕 업종변경도 힘든 만큼 출구전략을 세우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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