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과 귀향 1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온화한 날씨 속에서 방문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삶을 터전을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나이 지긋한 노부부서부터 연인으로 보이는 커플,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사람 등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하나같이 문 전 대통령의 사저와 지난달 26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평산책방을 찾았다. 마을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마치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 바쁘게 책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사저 인근 건물과 부지를 사비 8억5000만원을 들여 매입해 리모델링한 책방이다.
책방은 사저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다. 사저 뒤편으로 이어지는 경호동으로 나오면 도보 2분 거리였다.

평상책방에 들어서기 전 입구 간판 앞에서부터 기념 촬영을 하는 인파가 늘어섰고, 마당에 마련된 벤치에는 구매한 책을 읽거나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커피나 차는 책방 왼편에 들어선 ‘평산 책사랑방’에서 판매 중이었고,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받고 있었다.
이어 책방 내부로 들어가니 이미 많은 사람이 책을 둘러보거나 읽고 있었고, 결제를 위해 선 줄은 줄어들 줄 몰랐다.
책방 내부는 ‘문재인의 책’ ‘문재인이 추천합니다’ 코너를 전면으로 왼쪽에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부설 작은 도서관이 영업 중이다. 책방 중앙에는 2개의 아일랜드 매대가 설치됐고 나머지 벽면은 인문(내 삶에 질문을 던지다)과 에세이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의 코너가 들어섰다.
책방은 매일 책 구매자 100명에게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재배한 완두콩 새싹 모종을 증정하고 있다. 구매한 책에 평산책방이 각인된 스탬프를 찍어 가는 것도 큰 인기를 끌었다.
책방 운영은 재단법인 평산책방과 마을주민이 참여하는 책방운영위원회가 맡는다. 이날 구매한 책 구매 영수증에도 사업자는 ‘재단법인 평산책방’ 대표자 이름은 ‘안도현’으로 나왔다.
기자가 찾은 9일엔 책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카운터에 있는 문 전 대통령을 볼 순 없었다. 책방 직원은 “언제 오시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방문객들도 ‘책방지기 문재인’ 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에서 왔다는 한 방문객은 “봄나들이라 생각하고 왔는데 여길 오길 정말 잘했다”면서 “책방지기 문재인을 뵙고 싶어 개점 시각에 맞춰서 방문했지만 뵙지 못한 만큼 조만간 다시 방문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평산책방에서 사저로 향하는 길은 경호 관리상 길 건너편으로 우회하도록 조성해놨다.
창원에서 온 한 방문객은 “가족과 함께 바람 쐴 겸 이곳을 찾았는데 마을이 너무 평화롭다”면서 “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사는 사저를 좀 더 가까이 보고 싶었는데 길 건너편에서 건물만 바라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고 했다.
평산마을에는 지난해 8월 22일부터 사저 경호구역 확대를 계기로 집회·시위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다만 반대 단체, 유튜버들은 사저가 보이지 않는 평산마을 입구 쪽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서 온 박충식씨는 “저 멀리 들리는 군가 소리 등 확성기 소리가 뭐냐. 평화로운 마을을 흔드는 한 가지 흠결이 되고 있다”면서 “서울서 지방으로 귀향해 서민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 이웃들은 책방이 들어선 것을 반기는 모양새다. 평산마을의 한 주민은 “어린이날 연휴에는 뭔 사람들이 그리 많이들 오는지 비가 오는 와중에 책방서부터 100m가량 줄이 생겼었다”면서 “지난 1년간 데모 등으로 시끄럽기만 하더니 저거(책방) 생기고는 사람들이 오니깐 장사가 좀 되고 마을에 생기가 돈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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