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처벌 별거 없다.” ‘밧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금양 홍보이사는 금양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된 직후 유튜브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공시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솜방망이식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던 거래소가 재차 체면을 구긴 모양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이사는 지난달 24일 한 유튜브에 출연해 금양에 대한 공시의무 위반 적발건과 관련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하면 그에 따른 처벌은 받겠지만 처벌 별 거 없다”며 “불공정 공시하면 첫 번은 경고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거래소가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한 날이다. 거래소는 앞서 박 이사가 유튜브를 통해 자사의 자기주식 처분 계획을 먼저 발설한 것이 공정공시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금양에 대한 제재 결과는 오는 17일 이내 결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거래소의 제재 수위다. 박 이사의 말처럼 ‘별거 아닌’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위반 동기와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와 부과 벌점 등을 결정한다. 대부분은 5점 이내에서 결정된다. 최근 1년 새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코스피 기업의 벌점만 해도 횡령 이슈가 있던 비케이탑스를 제외하면 최대 6점 수준이다.
그 마저도 고의나 중과실이 아닐 경우 공시위반제재금으로 벌점을 없앨 수 있다. 부과 벌점이 5점 미만인 경우 1점 당 400만원의 제재금으로 대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공시 위반 기업이 실제로 중징계까지 받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는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서는 부과벌점이 10점 이상(코스닥은 8점)일 때 지정 당일 1일간 매매거래를 정지한다. 1년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을 심사한다.
제재금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불공실공시로 예상되는 이익보다 제재금 수준이 높아야 공시 위반 문제가 근절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에도 제재금은 2019년 12월 슬그머니 하향 조정됐다. 벌점 10점 이상인 중과실 기업에 대한 제재금이 1점 당 3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진 것이다. 악재 늑장공시로 빈축을 산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불성실공시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을 내놓은 지 3년 만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벌금 9점과 10점의 제재금 격차가 크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주주에게 돌아가야할 돈이 자칫 거래소로 흘러들어올 수 있어 사후 징계보다는 교육이라든지 컨설팅을 활성화하려고 한다”고 해명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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