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에게 먹던 족발을 내밀며 “남겨놨으니 먹으라”고 한 남편의 사연이 알려졌다. 아내를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남편의 태도에 화가 난다는 반응이 많지만 일부 누리꾼은 ‘부부 사이에 담음새까지 신경 써야 하냐’며 남편을 두둔하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늦게 퇴근한 아내 남편이 남긴 족발’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아내 A씨는 “매주 금요일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픽업해 제가 퇴근할 때까지 육아를 해준다”며 “늘 일찍 퇴근하고 싶지만 꼭 상황이 생겨서 집에 오면 오후 8시가 되기 일쑤”라고 전했다.
A씨는 경기도 자택에서 서울의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며 “남편이 일찍 와서 아이를 봐주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남편이 A씨에게 먹으라고 남겨 둔 음식이었다. A씨는 해당 글에 2장의 사진을 첨부했는데, 일회용 용기에 일반 족발과 양념 족발, 부추 무침 등이 소량 남아있는 모습이다. 반찬용기에도 먹다 남은 무 쌈 한 장과 마늘 한 조각, 무장아찌 몇 점, 소스류만 담겨 있다.
A씨는 “이날도 회의가 길어지고 숙제는 잔뜩 받고, 부하직원들과도 일이 생겨서 정말 너덜너덜한 마음으로 8시쯤 집에 왔다”며 “너무 힘들었지만 늦은 게 미안해서 이야길 좀 하려는데, 남편이 족발 남겨놨다고 먹으라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근데 그 모습을 보고 정말 속이 상하더라. 그래서 화를 꾹 참고 ‘(이 사람아) 이걸 먹으라고 남겨놓은 거냐, 나 같으면 새 걸 좀 덜어놨겠다’고 이야기했더니 ‘여태 고생한 사람에게 첫마디가 불만 불평이냐’며 화를 내고 (방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음식과 함께 소주·맥주 각 1병씩 마신 남편은 A씨에게 “일부러 뼈를 발라둔 것”이라며 “(본인이)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을 푸는 감정 쓰레기통이냐, (A씨 성격이) XX맞다”며 발끈했다고 한다.
A씨는 “제가 예민한 건지 저 사람이 심했던 건지 의견을 부탁드린다. 만약 제 잘못이면 남편에게 진지하게 사과하고, 반대라면 남편도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남기긴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내가 당신 먹으라고 이렇게 남겨두면 당신은 기분이 어떨 것 같냐고 얘기하라” “개밥도 저렇게는 안 주겠다” “분리수거랑 음식물 처리하기 귀찮으니 식탁 위에 팽개쳐 놓은 것”이라고 남편의 행동을 지적했다.
한편으론 “남편이 저렇게 주면 아내의 기분이 나쁜지 모를 수도 있다. 자기 딴에는 배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가지런히 덜어내는 모양을 가르치라”며 남편을 두둔하는 반응도 일부 나왔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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