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려고 왔는데 통행증을 받겠나요.”
4일 오후 2시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 오거리 인근 갓길에 레미콘과 5t 트럭 두 대가 멈춰섰다. 도심권 내 통행허가를 받지 않은 화물차다. 서울경찰청이 대형 화물차와 건설기계를 대상으로 교통법규 위반 특별단속을 벌인지 8분 만이었다.
운전자들은 통행허가증을 보여달라는 경찰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30년간 화물차를 몰고 있는 김모(59)씨는 “오늘 하루만 지나는 길이였다”며 “시내에 화물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건 알고 있지만 2~3일 일하려고 통행허가를 받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이 이날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2시간 만에 화물차 6대가 도심권 내 통행 제한 위반으로 적발됐다. 단속 현장을 지난 대형 화물차 8대 중 2대만 통행허가증을 소지하고 있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3.6t 이상 화물차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도심권 통행이 제한된다. 도심권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공사계약서 등을 증빙해 통행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대형 화물차나 건설기계는 일반 차량보다 차체가 크고 높아 교통사고가 나면 인명피해가 크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화물차 교통사고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 안팎이지만, 사망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로 한정하면 서울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219명 중 16.9%인 37명이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이날도 화물차가 차선을 바꾸다가 오토바이 운전자와 부딪힐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단속에 걸린 화물차가 갓길에 정차하려던 중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인도와 화물차 사이로 비집고 나가려던 것이다.
운전자 사이에선 통행허가증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레미콘 운전자 홍모씨는 통행허가증을 보여주며 “100대를 신청해도 30대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개인차로 일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통행허가증을 받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중앙시장 인근 공사장으로 가다 적발된 천모(70)씨도 “우리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통행허가증이 필요한데 신청한 대로 내주지를 않는다”고 했다.
현장 단속에 나선 경찰은 “아침에는 화물차를 줄줄이 세워두고 단속하기도 한다”며 “빨리 시멘트를 현장에 뿌리고 가야 하다 보니 화물 회사에서 범칙금을 대신 내주겠다며 그냥 가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화물차 교통사고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화물차의 난폭·과속운전, 도심권 내 통행 제한 미준수 등에 대해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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