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지내던 이웃과 술을 마시다 자신을 훈계한다고 생각해 살해한 전과 31범이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살인미수죄로 징역 5년을 살고 나온 지 3년 5개월여 만에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살인·음주운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7)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가족 없이 홀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던 A씨는 지난해 7월 10일 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친해진 이웃 B씨(64) 등과 제주의 한 편의점 근처에서 모여 술자리를 가졌다. 술 마시는 내내 자신보다 어린 B씨가 훈계하듯 말하며 건방지게 군다고 생각한 A씨는 말다툼을 벌였고, 이후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A씨가 향한 곳은 90m 떨어진 자기 집이었다.
부엌에 있던 흉기를 챙겨 11일 오전 1시쯤 다시 술자리로 돌아온 A씨는 B씨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왜 그 따위로 행동하느냐”고 따졌다. B씨가 “뭐”라고 답하자 흉기로 찔렀다. B씨는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도 안 돼 과다 출혈로 숨졌다.
범행 직후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77% 상태로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벗어났던 A씨는 오전 10시쯤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그는 전과 31범에 폭력 전과만 24회였다. 1977년부터 복역과 출소를 반복해 15년간 수용생활을 했다. 2008년 8월에는 자신에게 반말했다며 술자리 동석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전치 4주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014년 2월에도 술자리 동석자가 기분 나쁘게 말했다는 이유로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쳐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A씨에게 B씨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14년 살인미수 범행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그 형 집행을 종료한 지 3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당시와 유사한 내용의 살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2심은 ‘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검찰 측 항소를 받아들여 “사회·도덕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징역 15년으로 형을 늘렸다. A씨는 불복해 상고했는데, 대법원도 “원심이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기각하고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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