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향해 법정에서 고함을 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정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이 거짓말이 아니냐’는 취지로 의심하자, 유씨는 억울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다.
유씨는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일 정 전 실장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사건 공판에서 유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정 전 실장은 2013년 2월∼2020년 10월 각종 사업 추진 등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유씨로부터 7차례에 걸쳐 총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 전 실장과 유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오랜 기간 보좌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유씨에게 당시 돈을 건넨 상황과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변호인은 “김용에게 준 1억원 출처는 김만배에서 남욱으로 변경하고, 정진상에게 줬다는 5000만원 출처도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유씨는 “과정은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고 헷갈린 부분도 있지만 돈을 전달한 장면은 명확히 기억한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인이 ‘정 전 실장에게 돈을 줬다면 굳이 밤에 집에까지 찾아갈 이유가 뭐냐’고 묻자 유씨는 “진상이형은 저한테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 가급적 배려해 직접 가서 편한 방법으로 주려고 했다”고 답했다.
변호인 또 “피의자 신문조서에서 유씨 진술이 오락가락했다”면서 검찰 회유 가능성도 캐물었다.
이에 유씨는 “정진상 피고인을 변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는 알겠다”면서도 “근데 검사와 맞췄다면 조서에 빈틈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이 “거짓말이 탄로 나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하자, 유씨는 피고인석에 앉은 정씨를 노려보며 “정진상씨! 이렇게 해도 되겠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정 전 실장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유씨는 이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울먹이며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고혈압 증세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날 재판을 종료했다.
이날 공판은 정 전 실장이 지난달 21일 보석으로 풀려난 뒤 불구속 상태에서 받는 첫 기일이었다.
그는 출석 길에 기자들과 만나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 ‘보석 후 첫 공판 심경은 무엇이냐’ 등 질문을 받았으나 답을 하지 않았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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