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안경비정과 마찰을 빚은 중국 정부에 필리핀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직접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는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중국 해안경비대가 남중국해에서 계속 항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필리핀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사진과 영상은 중국이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정기 순찰을 하는 필리핀 선박을 괴롭히고 위협한다는 극명한 사례”라며 “중국 정부가 도발적이며 위험한 행동을 그만하기를 촉구한다. 미국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해양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 필리핀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는 특히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에서 필리핀 해양경비대와 군, 공공 선박이나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은 1951년 미·필리핀 상호방위조약 4조의 상호방위공약을 발동시킨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존 아퀼리노 사령관이 에두아르도 아뇨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자 회담을 열어 상호방위조약을 재확인하고, 남중국해의 긴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내고 “지난 22일 필리핀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일대에서 중국 해안경비정 2척이 이곳에서 순찰하던 필리핀 해안경비정을 상대로 위협을 가했다. 이 중 한 척은 45m 떨어진 곳까지 근접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은 필리핀 함정이 자신의 해역을 침범했다고 맞섰다.
중국 함정은 지난 2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음식과 군용 물자 보급 작업을 지원하던 필리핀 선박을 향해 레이저를 투사해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됐었다.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위치한 세컨드 토머스 암초 지역에는 필리핀 군 병력과 군함이 배치돼 있다.
국무부 성명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이틀 앞두고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마르코스 대통령은 오는 1일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과 필리핀은 지난 11일부터 연례 연합훈련인 ‘발리카탄’을 진행했다. 필리핀은 지난 2월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사용권을 미국에 추가로 제공하기로 하는 등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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