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통신비 부담이 커지면서 알뜰폰 업체들이 한시적인 ‘0원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이 정식 사업승인을 받으면서 지각변동이 예고돼자 기존 업체들이 ‘가입자 사수’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일부에선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알뜰폰 업체들이 출시한 0원 요금제는 25일 기준으로 30여개에 달한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개월까지 통신비가 무료다. 알뜰폰 비교 사이트 ‘알뜰폰 허브’에 따르면 판매량 상위권인 0원 요금제는 아이즈모바일의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제다. 월 통신비 3만3900원에 기본 데이터 15GB, 음성통화 1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한다. 가입 시 첫 7개월간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0원 요금제가 인기를 끌면서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 판매량이 높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고객센터 전화상담을 시도했으나, 문의량이 많아 장시간 연결되지 않았다. 한 업체는 홈페이지에 ‘현재 가입신청 증가로 개통 및 상담원 연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를 내걸었다.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업체를 통해 유심을 구매하려면 받는 데에만 5~7일 걸릴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요금제 관련 문의란에는 ‘일주일 전 신규 개통 신청을 했는데 유심이 오지 않고 있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통신업계에선 기존 알뜰폰 업체들이 선제적 프로모션으로 ‘리브엠 견제’에 나섰다고 본다.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도 향후 알뜰폰 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농협은행의 경우 오프라인 창구가 활발하다는 특성이 있는 만큼, 알뜰폰 영업에 있어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체들에게 망을 빌려주는 이동통신 3사가 최근 업체 지원을 강화하면서, 공격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이 마련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온전히 자력으로 0원 요금제를 출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 통신비 경감을 위해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관련 사업에 무게를 싣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림자’도 짙어진다. 단기간에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고 이벤트성 마케팅을 벌이다 보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업체가 파격적으로 0원 요금제를 시작하니 다른 곳도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달릴 수밖에 없게 된 격이라는 진단마저 나온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에선 요금이 아닌 서비스 차원에서 차별 포인트를 두기보다는 일단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 다소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프로모션을 계기로 소비자의 알뜰폰 주목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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