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검 반부패 강력수사부(부장검사 최순호)는 24일 중·고교 교복 구매 입찰을 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죄·입찰방해죄)로 광주지역 교복업체 운영자 A(63)씨 등 3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5개 교복업체를 운영하면서 조직적 입찰담합을 통해 161억원대의 입찰을 담합한 혐의다.
검찰은 많게는 2~3개의 교복업체를 운영한 A씨 등이 3년간 계획적 입찰 담합에 번갈아 가담하면서 147개 중·고교에서 진행한 376회 중 289회의 담합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전에 서로 짜고 낙찰받을 학교를 배분한 뒤 해당 학교의 입찰공고가 나면 사전에 들러리업체를 정했다. 들러리업체는 다수 업체의 참여가 필수인 입찰요건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어 투찰가격을 공유해 담합하는 방법으로 낙찰가격을 일부러 높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교복구매는 입찰공고에 앞서 광주시교육청이 상한가를 정하면 각 학교가 그 범위에서 기초금액을 정해 공고 절차를 밟도록 규정돼 있다.
입찰이 시작되면 투찰과정에서 기초금액 ±3% 범위에서 참여 업체들이 임의로 고른 복수의 예비가격 중 가장 많이 선택된 4개의 평균금액으로 ‘예정가격’을 정한 뒤 낙찰업체를 가리게 된다.
예를 들어 예정가격이 30만원, 투찰가격이 29만 원이면 투찰률은 96.6%로 투찰률이 높을수록 교복가격이 비례해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교복업체 지능적 담합에 따라 자연스럽게 최고가 수준에 낙찰된 교복가격은 정상적 입찰 때보다 평균 24% 정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등 교복업체 운영자들 이를 통해 3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상습적인 입찰담합에 따라 학생들이 정상적 입찰이 이뤄졌을 때보다 해마다 1인당 6만원씩 더 비싸게 교복을 구매한 것으로 추산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여벌의 교복을 구매할 때도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검찰은 광주지역 중·고교 교복의 정상가격이 23만7588원인데 비해 담합가격 평균은 9만6548원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자체가 교복구매 비용을 지원하는 만큼 교복업체 담합이 혈세낭비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소비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역 교복업체들의 입찰담합 여부를 수사해 담합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 가정과 지자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어지럽힌 교복업계의 고질적 담합 관행을 뿌리뽑을 것”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광범위한 입찰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돼 공정위 등에 수사결과를 통보하고 향후 협력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