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9일 4·19혁명 기념식에서 “4·19 열사가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거짓 선동, 날조, 이런 것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독재와 전체주의 편을 들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를 세계 곳곳에서 많이 봐 왔다”면서 “이러한 거짓과 위장에 절대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4·19혁명 기념사에서 이례적으로 ‘사기꾼’, ‘가짜 민주주의’ 등의 강한 표현을 구사했다.
그러나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볼 때도 전혀 민주주의와 관련 없는 세력들이 민주주의를 참칭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례가 많다”며 “특정한 사안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현상을 얘기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는 늘 위기와 도전을 받고 있다”며 “독재와 폭력과 돈에 의한 매수로 도전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금 세계는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 폭력 선동, 이런 것들이 진실과 자유로운 여론형성에 기반해야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또 “독재와 전체주의 체제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쓴다고 해도 이것은 가짜 민주주의”라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바로 우리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혁명 열사의 뒤를 따라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내겠다는 결의를 갖고 함께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와 국격을 바로 세운 4·19 혁명 유공자들을 한 분, 한 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후세에 전할 것”이라며 “정부는 조국을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신 분들을 찾아 대한민국 국가의 이름으로 끝까지 기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4·19혁명 기념식 참석은 취임 후 처음이다. 지난해 기념식에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전에 507위의 유영(遺影)이 봉안된 유영봉안소를 찾아 참배했다.
현직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유영봉안소를 참배한 것은 처음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김주열 열사 등 혁명 주역들의 사연을 들은 윤 대통령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4·19혁명 열사들의 용기와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고 방명록을 남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4·19혁명 유공자 5명에게 건국포장증을 수여했다.
앞서 정부는 4·19혁명이 전개된 지역의 학교기록 등 현지조사를 실시해 그 중 공적이 확인된 31명에게 건국포장을 서훈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입장·퇴장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두 사람이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정현수 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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