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4일 대구 달성군 사저로 내려온 뒤 1년여 만에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사 방문으로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경찰과 동화사 등에 따르면 11일 오전 10시30분쯤 동화사를 찾은 박 전 대통령은 평소 자주하는 올림머리에 흰색 윗옷과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모습이었다. 동화사 설법전 앞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의현 큰스님으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은 뒤 통일대불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20여분간 큰스님에게 덕담을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을 기리는 발언에는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를 하신 것이 없다”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말에는 불편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지자 100여명이 박 전 대통령 이름을 외치며 건강을 기원하자 박 전 대통령이 밝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일부 지지자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능종 주지스님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사찰음식 체험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취재진에게는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경내를 이동할 때 차량을 이용했고 계단 등에서 걸을 때는 여러 차례 발을 헛디디기도 했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괜찮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앞을 잘 안 보면 잘 넘어져서”라고 짧게 대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동화사 관계자들과 오찬을 나눈 후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찬 때 “방장 큰스님과 신도들, 국민을 오랜만에 뵙게 돼서 참 반가웠다”고 말하며 식사를 대접해준 것에 감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전 대통령과 동행한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생신 때 동화사 큰스님께서 축하 난을 보내시며 건강이 괜찮으시면 방문을 요청했고 이에 대통령께서 응하신 것”이라며 “건강은 1년 전보다는 많이 좋아지셔서 평지는 쉽게 걸으시지만 아직 오르막이나 내리막을 걷는 것은 불편해하신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다음주쯤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첫 공개 일정을 진행한 것을 두고 지역 정치권 일부에서 의미를 부여하려는 분위기도 있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인 의미는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앞서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 건강 이상 설 등이 돌았고 이에 유 변호사가 사실무근이고 곧 공개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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