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해외출장 의원들…“한 시간도 허투루 안써”

Է:2023-04-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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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님은 출장 중] ③ 제도 개선 방안 없나
나광국 전남도·이재갑 안동시 의원 사례, 시사점 커

나광국 전남도의원이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2023 메리다 민주주의 도시 회담'에 참석해 행사 관계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나 의원 페이스북 캡처

나광국 전남도의원은 지난 3월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 참여민주주의 포럼에 다녀왔다. 700여만원의 비용을 모두 자비로 부담한 출장이었다. 나 의원은 포럼 개최 한 달 전 해당 행사를 알게 돼 출장이 가능한지 도의회 사무처에 문의했으나 ‘늦었다’는 답을 받았다. 의회 예산을 지출하려면 지난해 승인을 받았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나 의원은 자비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재갑 안동시의원이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2023 메리다 민주주의 도시 회담'에 참석해 메리다 시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의원 제공

이재갑 안동시의원도 개인 비용을 들여 같은 포럼에 참석했다. 선진국들의 참여민주주의 실태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사전심사 기간에 미리 신청해 의회로부터 440여만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항공비와 숙박비로 쓰기에도 빠듯했다. 회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전문 통역가가 필요했지만 시의회에서는 예산편성지침상 추가 지원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자비 200만원을 들여 전문통역 서비스를 받으며 일정을 진행했다.

두 의원 모두 해당 출장이 의미 있는 의정활동이었다고 평가했다. 나 의원은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하루 1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은 알찬 출장이었다”며 “국제무대에서 한국 지방의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을 어필했던 경험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의원 또한 “직접민주주의가 상당히 발달한 스위스 참석자조차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하더라. 국제적 포럼이 아니었다면 다른 국가 의원들과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해답을 모색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 의학박물관에서 열린 참여민주주의 포럼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나광국 전남도의원 페이스북 캡처

지방의회 의원들의 무분별한 해외 출장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자비를 들여 유의미한 출장을 떠나는 의원들도 있다. 목적의식이 분명한 프로그램 구성으로 의원 개인의 만족도는 물론 의정활동의 성과로도 이어진다. 지방의회의 해외출장을 무작정 금지할 게 아니라 필요한 출장과 외유성 출장을 구분하고 한정된 예산을 유의미하게 쓸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2일(현지시간)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 의학박물관에서 열린 참여민주주의 포럼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나광국 전남도의원 페이스북 캡처

현행 국외출장 예산은 의원 1인당 한도가 일괄 편성된다. 지방의회 경비 총액 내에서 의원 1인당 의원국외여비 한도를 의회가 자체적으로 편성하는 방식이다. 그렇다 보니 편성된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오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도 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1인당 400만원 가까이 예산편성지침에 반영돼 의원으로서는 그 달콤함을 넘겨버릴 수가 없다”며 “집단으로 가다 보니 여행지 위주의 출장을 다녀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원수에 따른 일괄 예산 편성이 아니라 출장별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대안이 제기된다. 엄태석 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출장 대상을 의회나 상임위로 국한할 게 아니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의원끼리 팀을 짜서 계획서를 만들고 제안해 선정하는 방식으로 개정할 수 있다”며 “심사 과정을 통해 문제의식이 있는 의원들이 충분한 비용을 지원받아 유의미한 출장을 다녀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출장을 축소하되 필요한 출장에는 실질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외출장에 필요한 비용은 ‘의원국외여비’ 항목으로 지출되는데 숙박비와 항공비 등에 그치는 수준이어서 사전 교육자료 제작이나 전문 통역비 등은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편성 시 ‘국외교육비’ 등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한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이유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전학습과 전문통역사 등의 지원이 없다면 해외에 나가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외유성 관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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