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고객 차량영상’ 염탐 논란…“자율주행 개발용”?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직원들이 고객 차량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채팅방에 공유하고 돌려봤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테슬라 측은 영상 촬영과 공유가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업무 일환으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선에서 작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객의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영상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6일(현지시간) 테슬라에서 일했던 직원 9명 인터뷰를 토대로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고객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차량 영상이 테슬라 직원들에게 널리 공유됐다”고 전했다.

이들이 공유한 영상 속에는 한 남성이 알몸으로 차량에 접근하는 모습, 고속으로 주행하던 테슬라 차량이 자전거를 탄 어린이를 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차량에 카메라가 내장돼 촬영이 이뤄지는 것과 관련해 ‘고객 사생활 약관’에 “카메라 녹화는 익명으로 유지되며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차량과 연동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사용자 외에는 누구도 사용자의 활동과 위치 기록 등을 알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한 직원은 약 3년 전 고객의 차량 영상을 훑어보던 중 어느 차고 안에 주차된 독특한 잠수정 모양의 차량을 봤으며, 이 차량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것임을 알아차렸다고 증언했다.

차량에 내장된 카메라가 개인정보를 보호하도록 설계됐다는 테슬라 측 주장과 달리 직원이 영상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차량 소유자가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이다. 영상이 찍힌 곳이 차고였던 만큼 이 위치가 파악되면서 고객의 거주지가 특정되는 결과도 됐다.


테슬라는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학습시키기 위해 수많은 영상자료를 수집해왔다. 특히 직원을 1000명 넘게 고용해 영상 및 이미지 수천 개를 분류하도록 지시했고, 직원들은 보행자·도로 표지판·차고 등 각 이미지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사생활을 전부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 차량 영상을 돌려보는 관행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테슬라가 그동안 고객 차량 카메라에 담긴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직원들에게 맡긴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테슬라 직원들이 고객의 은밀한 사생활을 볼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데이터보호당국(DPA) 카차 무르 이사는 지난 2월 성명을 내 “테슬라 차량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촬영되는지 모른다”면서 “테슬라 차량을 누군가의 집 앞에 주차한다고 가정할 때, 차량 소유자들은 주거지 내부를 정찰해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 테슬라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고객들의 영상이 공유되는 것을 보고 테슬라를 절대 사지 않겠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도 “테슬라를 사는 사람들이 사생활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서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보스턴 노스이스턴대 사이버보안·개인정보보호연구소의 데이비드 초프니스는 “민감하고 개인적인 콘텐츠를 유포하는 것은 테슬라 자체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연방법을 집행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