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초등학생인 의붓아들을 상습 학대해 멍투성이로 숨지게 한 계모와 친부가 첫 재판을 앞둔 가운데 이들이 받게 될 형량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계모 A씨(43)의 첫 재판이 오는 13일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남편 B씨(40)도 함께 법정에 선다.
A씨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약 1년간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군(12)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4월 태아를 유산하자 애꿎은 C군에게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감정’을 품고 학대를 통해 원망을 쏟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C군이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자주 무릎을 꿇린 채 장시간 벌을 세웠다. 연필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알루미늄 봉 등으로 온몸을 때리기도 했다. C군이 숨지기 이틀 전에는 C군의 눈을 옷으로 가린 채 16시간 동안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을 묶어두고 방 밖에서 CCTV와 유사한 ‘홈캠’으로 감시했다.
친부인 B씨도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드럼 채로 아들 C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모로부터 1년간 학대를 당하는 과정에서 2021년 12월 38㎏이던 C군의 몸무게는 지난 2월 7일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어 있었다. 또래 평균보다 키는 5㎝가 더 큰데도 몸무게는 평균보다 15㎏이나 적었다.
A씨는 경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법정에서도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A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된 만큼 “학대 당시 의붓아들의 사망 가능성을 예상할 수 없었다”며 빠져나가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 A씨 사건을 맡았던 사선 변호인이 부담감을 토로하며 사임함에 따라 그는 재판부가 지정한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게 된다.
A씨 부부의 형량은 지난해 4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정인이 사건’으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모는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줄어든 형량대로 확정됐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인이의 양부는 징역 5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A씨처럼 정인이의 양모도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됐기 때문에 단순 살인 등 혐의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정인이 양모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아동학대살해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하한선이 징역 5년 이상인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겁다.
아동학대살해죄의 양형 기준에 따르면 권고형 범위는 징역 17∼22년, 감경 영역은 징역 12∼18년, 가중 영역은 ‘징역 20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 이상’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아동학대살해죄를 신설할 당시 살인죄의 양형 기준과 비교해 더 무거운 형량 범위를 적용하는 서술식 기준도 따로 만들었다.
정인이 사건의 1·2심 결심공판에서 양모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찰이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지도 주목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81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