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 품고 이제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는 지금 있는 그곳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길 바란다.”
이정환 전북 김제소방서 소방사가 조사를 읽어 나가자 영결식장에 있던 조문객들이 다시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주택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다가 순직한 김제소방서 금산119안전센터 소속 성공일 소방교의 영결식이 김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전북도청장(葬)으로 9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10시 성 소방교의 운구 차량이 영결식장으로 들어서자 정복을 입은 동료 소방관들이 도열해 맞았다. 유가족들이 “내 새끼, 공일아!”를 울부짖으며 뒤따랐다. 고인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장송곡을 뚫고 영결식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보고로 시작해 1계급 특진 추서, 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헌화 및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을 비롯해 김관영 전북도지사,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 더불어민주당 박찬대·한병도·이원택·오영환 의원, 국민의힘 김웅 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유가족들은 든든했던 고인이 먼저 세상을 떠난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영결식 내내 소리 내어 울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조전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슬픔에 잠겼을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소방관 여러분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화재 현장에서 고립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불길로 뛰어들었던 고인의 정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장례위원장인 김관영 지사는 영결사에서 “고 성공일 소방교는 임용된 지 1년도 안 된 소방관이었다. 집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에 고인은 다시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며 “그 마음에 고맙고,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 고인은 우리를 떠났지만 그를 기억하겠다”고 추모했다. 김 지사는 이어 “유가족들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유가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도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고인의 정신을 이어받아 안전한 전북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고인과 동기인 이정환 소방사의 조사가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이 소방사는 “지난해 1월 광주소방학교 교육과정에서 처음 만났을 때 총명하고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하던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교육 중에 갔던 영광 불갑사에 핀 꽃을 다시 보자고 한 1년이 곧 다가오는데 이제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이어 “동료로서 함께하지 못해, 지켜주지 못해, 외롭게 혼자 남겨둬서 미안하다”며 “화재현장에서 보여줬던 너의 고귀한 정신을 남아있는 우리들이 영원히 가슴에 새기며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후 유족과 동료들은 국화 한송이씩을 영정 앞에 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식장을 빠져 나가는 운구행렬을 향해 유족은 “내 새끼 우리 공일아, 왜 거기 있어. 빨리 나와”라며 소리쳤다. 지켜보던 동료 소방관들과 조문객들의 얼굴에도 눈물이 맺혔다.
이날 고인에게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유해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
성 소방교는 지난 6일 오후 8시 33분쯤 김제시 금산면의 한 주택 화재 현장에서 인명 구조를 하다가 숨졌다. 그는 앞서 대피한 할머니로부터 “집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불길속으로 뛰어들었다가, 삽시간에 번진 불에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하고 70대 남성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김제=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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