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 로또’ 103장을 판매한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의 복권판매소 주인이 당첨자를 ‘한 번에 20장을 구입한 고령의 남성’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판매소 주인의 기억대로면 당첨자는 동일인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복권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조작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제1057회차 동행복권 로또 추첨에서 103건의 2등 당첨 사례를 배출한 왕산로의 복권판매소는 식음료를 함께 파는 소형 슈퍼마켓이다. 이 판매소 주인은 당첨자에 대해 “한 번에 20장을 사가서 기억하고 있다. 남성이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많은 편이었다”고 말했다고 뉴시스가 7일 보도했다.
한 장에 5게임을 인쇄하는 로또를 20장 구입하면 100건의 당첨이 산술적으로 가능하다. 이 판매소 주인은 2등 당첨자의 로또 구입 수량에 대해 판매 상한액인 10만원어치를 넘지 않았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이곳에서 2등 로또는 주인의 기억보다 3건 많은 103건이다. 이곳에서 비슷한 번호 조합으로 2등에 당첨된 사례가 추가로 존재한다는 얘기다.
제1057회차 로또 1등 당첨번호는 지난 4일 ‘8, 13, 19, 27, 40, 45’번, 2등 보너스 번호는 ‘12’번으로 뽑혔다. 당첨번호 5개와 보너스 번호를 일치시킨 2등 당첨자는 664명이나 나왔다. 이로 인해 2등 당첨금이 689만5880원으로 줄어들었다. 통상적으로 수천만원씩 지급된 앞선 회차들의 2등 당첨금을 크게 밑도는 금액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복권위)에 따르면 왕산로 복권판매소의 2등 당첨 사례 103건 중 기계를 통해 무작위로 번호를 뽑아낸 ‘자동’ 당첨 사례는 1건, 직접 번호를 수기한 ‘수동’ 당첨 사례는 102건으로 파악됐다. ‘수동’ 당첨 사례 중 100건은 같은 시간대에 판매됐다. 이로 인해 추첨 직후부터 동일인의 당첨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곳의 당첨자가 동일인일 경우 7억1027만5640원을 혼자 차지하게 된다. 이번 회차에서 1등 당첨자는 17명으로 16억1606만9714원씩의 당첨금을 나눠 가졌다. 103장의 2등 로또 당첨자가 동일인이면 1등 당첨금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거머쥐게 된다.
로또복권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사전에 결정된 당첨번호를 내부자가 찍었다”거나 “내부자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 1등이 아닌 2등 당첨을 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복권위는 지난 6일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왕산로 복권판매소와 별도로 664건이나 나온 2등 당첨 사례에 대해서는 “664장 중 609장이 특정 번호를 수동으로 선택했다. 선호하는 번호 조합이 우연히 추첨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커뮤니티와 SNS에서 논란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았다. 특히 ‘당첨자 1명이 10만원을 넘기지 않고 20장만 구입했다’는 왕산로 복권판매소 주인의 기억이 사실이면, 또 다른 2등 당첨자가 존재하게 된다. 같은 장소에서 2등 당첨 번호로 조합되는 1등 당첨번호 5개와 보너스 번호 1개를 일치시킨 우연이 복수의 사람에게서 발생한 셈이 된다.
로또복권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설명이 덧붙을수록 의구심만 커진다. 번호 하나만 바뀌었어도 1등 당첨자가 100명 단위로 나올 수 있었다. 로또의 구성과 추첨에 신뢰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번호 45개에서 숫자 6개를 고르는 한국식 로또에서 1등 당첨 확률은 산술적으로 814만5060분의 1이다. 복권위는 2등 로또의 당첨 확률을 136만분의 1이라고 설명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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