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간디’라 불리는 케말 클르츠다로울루(74)가 튀르키예의 새 야권 단일후보로 추대됐다. 지난달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발생한 강진 이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오는 5월 대선에서 양측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야권 6개당은 이날 제1야당인 중도좌파 공화인민당(CHP)의 클르츠다로울루 대표를 단일 대선후보로 내세웠다. 클르츠다로울루는 추대 이후 지지자들에게 “우리의 테이블은 평화의 테이블”면서 “우리 국민연합(야권)은 협의와 합의를 통해 튀르키예를 다스릴 것”이라고 말했다.
클르츠다로울루는 공무원, 경제학자 출신이며, 인도의 정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와 닮았다는 이유로 ‘간디 케말’ ‘튀르키예의 간디’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용한 말씨로 말하며 합의를 중시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21세기 술탄’으로 불릴 정도로 권위주의적인 에르도안 대통령과는 다른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클르츠다로울루가 사람들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BBC는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권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정권이 교체된다면 지난 20년 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하에 있었던 튀르키예에서 민주주의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최근 튀르키예 내 여론조사에서는 수년째 지속되는 경제 위기와 지난달 발생한 강진으로 인해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지지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은 오는 5월 대선을 계기로 튀르키예를 의회주의로 되돌리겠다는 계획이다. 클르츠다로울루는 정치범을 석방하고 튀르키예를 의회주의 체제로 되돌리며, 중앙은행 등 기관들의 독립성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8년 튀르키예 공화국 설립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제로 전환하며 대통령 권한이 크게 강화된 ‘제왕적 대통령’의 위치에 올랐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6년 쿠데타 시도 이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야당 의원과 언론인, 공무원, 학자, 군인, 경찰 등을 무차별적으로 숙청하기도 했다. 미국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2016년 이후 튀르키예에서 반대론자를 용납하지 않는 권위주의 통치가 한층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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