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다르크’ 고진영(28·솔레어)이 위기의 한국 여자 골프를 구해냈다.
고진영은 지난 5일 싱가포르 센토사 탄종코스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대회 2연패이자 LPGA투어 개인 통산 14승째다.
챔피언 퍼트를 마친 뒤 고진영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동안 그가 감내해야 했던 심적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 가를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어서 보는 이들도 콧등이 시큰해졌으리라.
눈물의 의미는 아마도 기나긴 슬럼프에서 벗어난 스스로를 향한 대견함과 지긋지긋했던 LPGA투어 한국 선수 연속 무승 경기를 18경기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뿌듯함의 발로가 아니었나 싶다.
그것은 그가 경기를 마친 뒤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홀가분 한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했던 답에 오롯이 함의됐다고 본다. 그러면서 고진영은 “프로 데뷔 첫 승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라며 “14차례 우승 중 이번 우승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심적 압박감이 얼마나 무거웠는 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끝나는가’라는 초조함이 ‘마침내 해냈구나’라는 안도감으로 변했으니 그런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하다.
우리는 그동안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뒤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선수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하지만 고진영은 달랐다. 무엇 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강했다. 그는 “그 누구보다 흘린 땀과 눈물이 많았기에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진영이 재기에 성공한 원동력은 또 있다. 겸허한 자기 반성이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그는 그보다는 자만을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것은 우승 뒤 그가 “작년에 우승하고 나서 ‘내가 또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자만심이 있었는데 그 보다는 ‘이 대회 우승하기 전처럼 정말 열심해 해야 우승할 수 있구나’라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라고 했던 말로 가늠된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과 애리야 쭈타누깐(태국)을 제치고 생애 통산 상금 22위(1068만0535달러)에 자리했다.
2021 롤렉스 올해의 선수상, 상금 순위, 레이스 투 더CME 글로브 등 개인상 전 부문에 걸쳐서도 1위로 올라섰다. 한 마디로 이제서야 고진영의 본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
고진영은 “앞으로 이 우승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경기하면 내가 세운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고진영의 꿈을 응원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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