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 지표가 정부 통계와 실재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는 구인 공고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강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민간 업체가 직접 수집해 집계한 데이터는 반대로 둔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온라인 구인·구직 업체인 집리크루터가 자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구인건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대비 26% 높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달 구인건수도 전월보다 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데이터로도 미국 노동시장은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탄탄한 상태다. 하지만 미 노동부 발표와는 온도차가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구인건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1100만 개로 2020년 2월 대비 5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다음 주 1월 일자리 데이터를 발표하는데, 레스토랑과 병원, 요양원 등의 채용이 급증해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을 상쇄하는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민간 구인업체인 인디드 역시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 광고하는 채용 공고가 줄고 있고, 수치도 노동부 데이터보다 큰 내림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소매업체 채용 공고를 추적하는 링크업 역시 정부 발표 수보다는 수치가 낮았다고 언급했다.
집리크루터 이안 시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컨퍼런스콜에서 분기별 수익 하락을 발표하며 “우리는 분명 거시 경제 침체기에 있다. 온라인 채용은 사실상 전국적으로 냉각됐다”고 말했다. 민간업체는 고용 둔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는데, 정부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노동부의 일자리 추적 방식에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부는 월간 구인 및 노동 이직률 설문조사로 데이터를 집계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설문에 응하는 기업이 줄면서 노동부의 일자리 수 추정치 신뢰도가 하락했다. 노동부 설문 응답률은 2020년 2월 65.4%에서 지난해 9월 30.6%로 감소했다.
반면 민간 부문의 채용공고는 표본 규모가 훨씬 커서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WSJ은 설명했다.
노동부 고용데이터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금리 인상 발표 때 노동시장 과열을 언급하며 고금리 장기화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데이터 미스매치가 통화정책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미충원 일자리는 900만~1000만 개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데이터) 미스매치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서 연준이 3월 0.25~0.5% 포인트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빅스텝 여지를 열어뒀다.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최종금리 전망치가 5.4%보다 상향 조정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준이 긴축 의지를 강조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장중 한때 4%를 돌파했다. 2년물도 장중 4.9%를 넘어서며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전조로 여겨지는 장단기(2년물과 10년물) 금리 역전 수준은 0.893%까지 벌어졌다. 마켓워치는 “1981년 10월 이후 가장 부정적 수치”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