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해외 직구(직접구매)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고액인 47억2500만 달러(약 6조2200억원)로 집계됐다. ‘3고’(고물가·고유가·고환율) 시대에도 해외에서 상품을 사들이는 규모는 증가했다. 과거와 달라진 건 ‘직구족’의 성별 비중이다. 정부 차원의 직구 관련 집계에서 처음으로 남성 비율이 여성을 앞질렀다. 40대 남성은 직구의 새로운 ‘큰손’으로 등장했다.
관세청이 28일 발표한 ‘2022년 해외 직구 동향’ 자료를 보면, 전년 대비 지난해 직구 금액은 1.4% 늘어난 47억2500만 달러, 직구 건수는 8.8% 증가한 9612만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금액과 건수에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은 이런 추세에 따라 올해 직구 금액이 50억 달러, 직구 건수가 1억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해외 직구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둔화했다. 2021년만 해도 전년 대비 직구 금액 증가율은 24.1%, 직구 건수의 경우 39.0%였다. 20~30%대였던 연간 성장세가 10% 아래로 떨어졌다.
국가별로는 중국발 상품의 직구 금액이 17억12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36.2%의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직구 금액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1위 국가로 올라섰다. 직구 건수의 경우 이미 2020년부터 1위였다. 지난해 중국발 상품의 직구 건수는 5541만7000건으로, 무려 57.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강달러’ 현상에 따라 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직구 상품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엔저’ 현상에서 일본발 상품은 25%나 증가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건 직구족의 성별 변화다. 지난해 남성 직구족의 구매 건수가 4만8403건으로 52.1%를 차지해 과반을 기록했다. 관세청의 직구 관련 집계에서 처음으로 남성의 비중이 여성을 앞질렀다. 지난해 여성 직구족의 구매 건수는 4만4535건으로 파악됐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2만9725건으로 가장 많은 32.0%로 집계됐다. 이어 30대 2만7486건(29.6%), 50대 이상 2만1028건(22.6%), 20대 1만3545건(14.6%)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과 연령대에서 나타난 것처럼 40대 남성의 직구 비중은 17.4%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가전제품과 건강식품을 주로 구매했다. 직구로 가장 많이 들어온 품목은 건강식품 1만7460건(16.3%), 가전제품 1만3962건(13.0%), 의류 1만2790건(11.9%) 순으로 많았다. 건강식품과 기타 식품, 화장품·향수처럼 복용하거나 신체에 바르는 유형의 제품은 중국보다 미국에서 더 많이 들어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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