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갈기갈기’ 뼈만… “범인은 마라도 섬냥이”

Է:2023-02-24 18:55
:2023-02-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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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 발견
‘생태계 파괴’ 지적 일자 고양이 반출키로

고양이에게 잡아 먹힌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사체가 24일 마라도에서 발견됐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국토 최남단인 제주 마라도에서 천연기념물 뿔쇠오리 사체들이 발견됐다. 날아왔다가 쉬던 도중 고양이에게 사냥당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길고양이가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를 잡아먹어 생태계에 균열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일자 마라도는 길고양이를 반출하기로 했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는 24일 오전 마라도 동쪽 절벽 주변 잔디밭에서 뿔쇠오리 4마리 사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마라도에서 뿔쇠오리 사체는 매년 2월 말부터 4월까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최근 뿔쇠오리가 마라도로 오기 시작했는데, 센터가 뿔쇠오리 사체를 발견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고양이에게 잡아 먹힌 것으로 추정되는 뿔쇠오리 사체가 24일 마라도에서 발견됐다.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제공

공개된 사진을 보면 뿔쇠오리 사체는 마구 찢긴 채 날개 부분과 가슴뼈, 다리 일부만 남겨져 있다. 센터 측은 “사체 상태로 보건대 길고양이가 공격해 먹어 치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양이는 조류 등의 날개 부위와 가슴뼈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먹는 습성이 있다.

마라도는 뿔쇠오리가 찾는 전 세계 유일한 유인도다. 그중에서도 사체가 발견된 현장인 잔디밭은 뿔쇠오리가 마라도에서 주로 머무는 지역이다. 동시에 고양이가 접근하기에 수월한 곳이기도 하다.

뿔쇠오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전 세계적으로 5000∼6000마리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새다. 보통 2월 중순을 전후해 마라도에 날아들기 시작한다.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동물보호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뿔쇠오리 등 야생조류 생존을 위협하는 마라도의 길고양이들을 섬 밖으로 반출하기로 17일 결정했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되도록 이른 시일 내 반출을 시작할 방침이다.

지난해 5월 기준 서귀포시가 추산한 마라도 내 길고양이는 110여 마리에 달한다. 반출된 고양이는 제주대 수의학과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관할 동물보호소로 이관된다. 동물보호소는 다른 구조 동물과 마찬가지로 입양 공고를 낸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락사를 진행한다.

길고양이의 모습.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으로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국민일보 DB

하지만 고양이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반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길고양이 반출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을뿐더러 길고양이가 뿔쇠오리 멸종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사실도 명확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새와 고양이 보호 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지난 21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몰아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해상에 살며 절벽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한다”며 “고양이보다는 까치, 매, 쥐 등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뿔쇠오리 등 섬에 서식하는 야생생물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함께한다”면서도 “문화재청은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개체 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반출을 강행하고 있다. 대책 없는 고양이 반출은 곧 고양이 몰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새끼 뿔쇠오리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제주야생동물연구센터 측은 길고양이 외에 매나 쥐가 뿔쇠오리를 잡아먹었을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했다. 뿔쇠오리가 마라도로 날아들기 시작하면서 고양이가 먹잇감 사냥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설명이다.

뿔쇠오리를 비롯해 섬을 잠시 쉬어 가는 중간 기착지로 삼는 철새에게 고양이는 가장 큰 천적이다. 센터 관계자는 “매는 뿔쇠오리 사냥을 하면 잔디밭 등 탁 트인 초원에서 잡아먹지 않고 절벽 등으로 옮겨 먹이를 먹는 습성이 있다”며 “또 쥐는 뿔쇠오리를 잡아먹을 정도로 날쌔거나 힘이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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