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의 박지원 최고경영자(CEO)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대해 “적대적 방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인수 기업의 동의 없이 주식 대량 매입 방식으로 추진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이브는 세계 정상급 그룹으로 육성한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사례를 들어 “SM 아티스트들의 북미 진출을 돕겠다”고 제시했다.
박 CEO는 21일 창사 이후 최고로 기록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 뒤 콘퍼런스콜에서 SM 인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SM 지분 인수를 적대적 M&A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대주주(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지분을 상호 합의로 인수했고, 소액주주들에게도 최대주주와 같은 조건으로 공개매수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SM 경영진과도 적대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SM 경영권 분쟁은 ‘현직 경영진 및 플랫폼 기업 카카오’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및 하이브’의 진영 간 대립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10일 SM 최대주주인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에 4228억원을 들여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취득 예정 일자는 다음 달 6일이다. 이씨의 지분율은 18.46%로, 하이브는 이 거래를 완료하면 SM 최대주주가 된다.
하이브는 또 다음 달 1일까지 SM 소액주주들의 보통주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도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총괄과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모두 확보하면 SM 지분율을 39.8%로 늘리게 된다.
앞서 SM 이사회는 지난 7일 긴급 이사회에서 카카오에 제3자 방식으로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SM 지분 9.05%를 확보해 2대 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박 CEO는 카카오에 대해 “카카오가 경영권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전제로, 사업적 제휴 내용이 SM에 도움을 준다면 우리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 관련자들과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CEO는 “BTS가 북미 시장에서 거둔 큰 성과, 이타카홀딩스의 네트워크 및 노하우로 하이브는 SM 아티스트의 북미 진출을 도울 수 있다”며 “SM의 동남아·중국에서의 압도적인 인프라는 하이브 아티스트의 시장 진출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북미에서, SM은 아시아권에서 서로의 동반 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타카홀딩스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소속사로, 하이브는 2021년 이 기업을 인수했다.
박 CEO는 SM 현재 경영진이 공개한 자체 혁신안 ‘SM 3.0’에 대해 “우리도 봤다”면서 “멀티레이블 체제는 하이브가 3년여의 기간을 들여 준비한 것으로, 충분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SM의 성장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지배구조와 내부 거래의 즉각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영업양수도, 합병, 소송 등의 절차를 최대한 거치지 않고 지배구조와 내부 거래 이슈를 즉각적으로 해결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 추천위원회 등 구성원을 모두 사외이사로 구축하겠다. 사외이사가 견제 기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감사위원회 등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 SM 주주총회 이전에 주주 의견을 모아 추가로 검토한 뒤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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