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국 정치는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국회가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한 현 상황을 통렬하게 반성했다.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의 늪에서 벗어나 타협과 합의, 통합의 정치를 복원하자고 여야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다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의회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5선 중진인 주 원내대표는 43분16초간 이어진 연설 초반부에 “지금까지 짧지 않은 의정생활 동안 지금처럼 자괴감과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통째로 낭독한 뒤 “참회록을 쓴다는 자세로 이 윤리강령에 비춰 우리 국회의 현재 모습을 반성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국회 불신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최대한의 윤리와 양심을 요구받는 국회의원들이 일반인보다 법률 위반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히 소속 정당을 떠나서 이 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회 전체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로 ‘무례하고 거친 언어’ ‘가짜뉴스’ ‘국회 윤리위 기능 상실’ ‘정치의 사법화’ ‘게으름’ ‘내로남불’ 등을 꼽았다.
특히 내로남불 문제를 언급하면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맹렬하게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내로남불은) 특히 민주당에 두드러진다. 민주당 정권 5년 전체가 내로남불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장 시절에 죄를 지으면 대통령도 구속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이 대표가 자신의 온갖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고 항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주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이래 의회민주주의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양향자 의원을 내치고,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후 법사위로 보낸 사건은 권모술수밖에 남지 않은 민주당의 민낯을 남김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석에서는 “남 탓 좀 그만하라” “야당 대표 연설이냐” 등 불만과 항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조용히 좀 하고 들어봐 달라”고 제지했다. 국민의힘 의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올 때도 주 원내대표는 “박수치지 말라”며 자제시켰다.
주 원내대표는 안보·기후·인구·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한국 사회가 직면한 중대한 위기로 꼽으면서 “국회는 이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제때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고 대처할 능력이 있기는 있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제 우리 국회는 진영 정치와 팬덤 정치의 위협에 맞서 합의 정치의 기반을 확대하고, 국민 통합의 중심이라는 원래의 위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의미심장한 참회”라고 평가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시종일관 남 탓과 무대책으로 일관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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