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노란 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힘 겨루기가 거세다. 다수당인 야당에서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안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쟁의 주체인 노동자 범위를 넓히는 걸 뼈대로 한다. 노사 양측을 대변하는 여야가 ‘입법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중재할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노조법 개정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들은 성명에서 “불법 쟁의에 대한 기업의 손배 청구를 제한하는 건 재산권 침해이고, 근로자 개념을 모든 노무제공자로 확대하는 것은 자영업자 담합까지 가능케 해 시장 질서가 교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기업에서 노조 측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 소송은 151건(73개 사업장)에 이른다. 청구 금액은 2752억여원이다. 노조에 대한 손배 소송의 인용율은 67.1%였다. 불법 쟁의로 인정한 판결은 73.0%였다. 손해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사업장 점거에 따른 생산라인 중단(31건, 49.2%)이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불법적 쟁의에 따른 생산라인 점거 손배 청구까지 막으면 기업은 노조 파업에 대응하는 수단이 아예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조 측은 노조와 노조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의 손배 소송이 쟁의를 원천봉쇄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파업 과정에서 생산 차질이 생길 수 있는데, 기업이 대화와 협상을 포기하고 ‘징벌적’ 손배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자 범위 확대는 하청, 특수고용 등 고용 형태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측의 노조 상대 손배 소송은 2009년 쌍용차에서 발생했다. 정리해고 방침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공정 점거 파업을 벌였다. 쌍용차는 노조원 등을 상대로 150억원이 넘는 손배 소송을 제기했다. 쌍용차 소송 2건(116억여원)을 포함해 22건이 현재까지 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대부분 선진국은 정당한 쟁의의 경우 민사상 면책을 준다. 불법 쟁의에는 면책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노조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쟁의를 하고, 사측은 손해가 발생해도 손배 소송을 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노사가 존중하며 대화하기 때문에 극단적 행위를 자제한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선 정부가 중재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재계 관계자는 “여야가 대화를 못하면 대통령 산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런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 인사는 “자주 거론되는 독일 노동개혁 모델인 ‘하르츠 개혁’은 17년간 노사정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한 결과”라며 “모든 관계자가 신뢰 위에서 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경사노위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정부나 노사 등이 요청하면 대화 테이블을 마련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그런 요청이 없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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