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 동일인(총수) 지정 기준을 마련하겠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향후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등 관계부처의 이견으로 한 차례 불발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공정위의 강한 의지와는 별개로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2023년 주요 업무계획 보고’에서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외국·이중국적을 보유한 2·3세 사례가 증가하면서 향후 대기업집단 제도와 관련해 불거질 형평성 문제를 대비하자는 취지다. 8일 공정위의 잠정 조사에 따르면, 배우자나 2·3세가 이중국적자 혹은 외국인인 대기업 수는 10여개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쿠팡 때문에 추진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자연스레 해당 사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김범석 의장에게 시선이 쏠린다. 외국인 동일인 이슈가 처음 관심을 받게 된 것도 다름 아닌 김 의장 때문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롯데 3세), 정몽규 HDC그룹 회장 아내 줄리앤 김(김나영) 등도 영향권 안에 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추진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단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규범과의 충돌 가능성 때문이다. 이미 공정위는 외국인 또는 외국회사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기업집단(한국지엠·에스오일)에 대해 ‘국내 최상위 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관행을 형성했는데, 향후 외국 회사나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 내지 변경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통상규범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 미국은 구체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대우 조항에 위반될 가능성을 제기 중이기도 하다.
이외에 집행 실효성 문제도 있다. 동일인이 지정되면 4촌 이내의 혈족 등 동일인관련자에 대한 자료 제출 의무 규제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는 외국인에게 적용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황태희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대기업집단의 동일인 지정제도 개선에 관한 소고’에서 “국내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나, 외국인 동일인의 친족이 20%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 회사에 대한 공시의무를 인정해야 할지 여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어떤 경우에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것인지 기준을 정하는 작업도 까다로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외국계 기업집단’의 법률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외국인이 한국계인지 혹은 국내 거주 기간을 따져보는 등의 기준을 세우는 것은 ‘사실상 지배력 행사’라는 동일인의 지정 기준과는 무관한 기준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에 대한 법적 취급에 있어서 인종 등에 따라 차별하는 불합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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