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xk, man, thank you guys(젠장, 다들 고마워요).”
샛노란 유니폼과 흰 헤어 밴드, 분홍 농구화 차림으로 코트 한가운데 선 거구의 남성이 말을 이어가다 벅찬 듯 숨을 돌렸다. 1만 9000석 규모의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역사가 다시 쓰였다. 1989년 은퇴한 카림 압둘자바가 기록한 통산 최다 득점 대기록이 33년 만에 깨졌다. 펜대를 쥔 건 ‘킹’ 르브론 제임스(39·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였다.
제임스는 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의 홈 경기에서 38득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그의 정규시즌 통산 득점은 NBA 역사상 최다인 3만 8390점이 됐다. 압둘자바의 종전 기록은 3만 8387점이었다.
앞서 제임스가 기록 경신까지 남은 득점을 36점으로 줄이면서 전 세계 농구 팬의 이목이 이날 경기에 쏠렸다. 티켓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코트 옆 자릿값은 최고 9000만원을 넘었다. 제임스의 가족은 물론이고 레이커스의 전설 매직 존슨, 기존 기록 보유자 압둘자바, 래퍼 제이지(Jay-Z) 등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전반에만 20득점을 올린 제임스는 3쿼터 들어 페이스를 더 끌어올렸다. 대기록까지 6점을 남겨두고 벤치에서 잠시 숨을 고른 그는 쿼터 종료를 2분14초 남기고 다시 코트에 섰다. 이내 앨리웁과 레이업 연속 득점으로 압둘자바를 단 1점 차로 쫓았다.
쿼터 막바지, 레이커스의 마지막 공격 기회가 제임스의 수중에 들어갔다. 3점슛 라인 안쪽에서 공을 잡은 그는 켄리치 윌리엄스를 등지다 별안간 부드럽게 돌아서 페이드어웨이슛을 던졌다. 손을 떠난 공은 그림처럼 림으로 빨려 들어갔다. 개인 통산 3만 8388득점째였다.
득점을 확인한 제임스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든 채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경기는 중단됐고 전광판에선 ‘NBA 역대 최다 득점자’란 자막이 흘렀다. 가족·동료와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눈 제임스는 이내 압둘자바로부터 농구공을 넘겨받았다. 그는 “여러 사람의 열정과 희생 덕에 여기까지 왔다”며 “100만년이 흘러도 이보다 좋은 밤은 없을 것”이라고 감격했다.
1984년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태어난 제임스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유복하지 못한 환경을 실력 하나로 극복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역대 최고 유망주란 평가를 받은 그는 2003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래 20년 넘게 리그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정규시즌과 파이널 MVP를 각각 4차례 탔고 통산 득점에선 최연소 기록을 매번 갈아치웠다.
최다 득점자에 오른 그에게 남은 목표는 전인미답의 통산 4만득점 고지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경기당 30점을 꽂아 넣는 기량을 비춰볼 때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평이다.
대기록 달성 경사와 별개로 레이커스는 이날 오클라호마시티에 패배를 헌납했다. 레이커스가 외곽 공격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반면 오클라호마시티는 승부처마다 헐거운 패스를 놓치지 않고 끊어내며 제임스의 즉위식에 들러리로 서길 거부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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