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2살 아들을 집에 방치한 채 사흘간 외출해 숨지게 한 20대 엄마에게 경찰이 아동학대살해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아동학대살해죄는 고의로 아동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해당하는 것으로, 살인의 고의가 없을 때 적용하는 아동학대치사죄보다 형량이 높다.
인천경찰청은 최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한 A씨(24)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아동학대치사죄는 살인의 고의가 없을 때 적용한다. 법정형은 무기징역 혹은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아동을 학대해 고의로 숨지게 한 것이 입증되면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 아동학대살해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형량의 하한선이 아동학대치사죄보다 더 높다.
A씨가 어린 아들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가졌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인정한 법원 판례도 있다.
2021년 7월 인천에서 3살난 딸을 사흘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30대 엄마 B씨에게 경찰은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적용했다. B씨는 당시 어린 딸을 집에 혼자 둔 채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가 사흘간 외박을 했다. 귀가해 숨진 딸을 발견하고도 그대로 둔 채 다시 집을 나왔다가 2주 뒤 119에 신고했다.
법원은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B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돼 복역 중이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흘 이상 혼자 지내면 사망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아들의 사망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아들이 평소 먹성이 좋았다”면서도 “지인 부부가 일하는 카센터 일을 도와주러 잠깐 나갔다가 올 생각이어서 아들이 먹을 음식을 따로 준비해 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 “처음부터 집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며 “일이 많이 늦게 끝났고 술도 한잔하면서 귀가하지 못했다. 집을 나갈 때 보일러 온도를 최대한 높여 놨다”고 항변했다.
당시 A씨 집에는 먹다가 남은 밥이 있었지만 생후 20개월에 불과한 그의 아들은 스스로 음식을 챙겨먹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다.
A씨와 별거 중인 남편은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안타깝다”며 “아내가 평소에 아이를 학대한 적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A씨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해 다른 학대 혐의가 있는지 추가로 수사하는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숨진 아이의 평소 병원 이용 기록 등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 아동학대살해죄 적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 2살 아들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쯤 집에서 나가 2일 오전 2시에 귀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이날 오전 3시48분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A씨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학대 혐의를 확인하고 그를 검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이의 시신을 부검한 뒤 “장시간 음식물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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