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불출마’라는 갈림길에서 결국 불출마를 선택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으며 ‘윤심’(尹心)에서 멀어진 데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현실론 앞에 멈춰 선 것이다.
그러나 불출마 선언으로 ‘윤심’과 완전히 척을 지는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세력의 불출마 압박을 돌파하지 못하며 우군이 없는 고립된 모습을 노출하면서 ‘중진 스타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은 큰 타격을 입었다.
나 전 의원의 최대 숙제는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이다. 나 전 의원이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은 선언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저의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지금 작동하고 있고, 국민들께 정말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제가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 달 넘게 전당대회 출마여부를 고민해온 나 전 의원은 24일 밤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에는 대통령실과의 마찰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던 나 전 의원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출산시 대출부담을 줄여주는 ‘헝가리식 제도’를 언급한 게 화근이 됐다.
정부와의 조율 없이 정책을 발표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실에서는 두 차례 공개경고가 나왔고, 친윤계 의원들의 공세가 거세졌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50명은 나 전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결국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고, 나 전 의원이 ‘윤심’에서 멀어진 결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
이 시점을 전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김기현 의원에게 당대표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주고, 2~3위로 밀려났다.
나 전 의원은 “어떤 시련 앞에서도 저는 한번도 숨지 않았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싸웠다”며 “그런 저에게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고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입은 나 전 의원의 향후 정치진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불출마 압박이라는 벽 앞에서 결국 주저앉아버린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쌓아온 정치적 자산이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다른 중진의원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공직을 스스로 걷어찬 모양새가 된 만큼 정부로부터 다른 직책을 부여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원내 재진입을 노려볼 수 있지만, 그때까지 대통령실과의 관계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현수 박성영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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