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층간소음 기준이 낮아졌지만 정부의 층간소음 개선 대책은 예산 삭감과 법안 처리 지연으로 대부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에서 소음매트 융자 지원, 성능검사 결과 공개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우선 저소득층과 유자녀 가구(만 13세 미만)가 소음매트를 살 때 1%대 저리로 융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용면적 84㎡ 기준 소음매트 설치 비용이 300만원가량인 것을 고려해 최대 300만원까지 융자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의를 거치면서 관련 예산은 반토막이 났다. 국토부는 층간소음 성능 보강에 300억원을 책정했지만 150억원으로 삭감됐다. 층간소음 개선 리모델링 사업도 8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줄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감액 사유로 “신규 사업으로서 시범 사업 기간을 거칠 필요가 있으므로 절반 수준으로 감액한다”고 밝혔다.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서는 “지원 대상 공법에 대해서 추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1일 “당초 매년 1만 가구씩 소음매트 융자를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예산 삭감으로 5000가구로 축소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500세대 이상 단지에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하게 하고, 사후 확인 결과를 공개해 시공사의 층간소음 책임을 강화한다는 방안도 관련 법 개정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입주민들에게 사후확인(성능검사) 결과를 개별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재 사후확인 결과에 대한 공개 규정이 없어 입주민이 주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보고, 입주민들에게 이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국토위는 아직 관련 법안 심사에 착수하지도 않은 상태다.
성능검사 결과나 조치 결과를 입주예정자에게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내용의 개정안도 역시 국회에 계류돼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에는 성능검사 결과와 조치결과를 입주 예정자에게 알리지 않은 사업자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부터 층간소음 기준은 강화됐다. 위층에서 걷거나 뛰는 등의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이 낮에는 39㏈, 밤에는 34㏈을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기존에는 낮 43㏈, 밤 38㏈이 기준이었지만 이 기준이 4㏈씩 낮아진 것이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발생 원인으로 뛰거나 걷는 소리가 67.7%로 가장 많았고, 망치질 소리(4.7%), 가구를 끌거나 찍는 행위에 의한 소리(3.9%), TV 등 가전제품에 의한 소리(2.8%) 등이 뒤를 이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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