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의 유가족에게 검찰과 경찰이 부검을 권유한 구체적 사례가 공개됐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는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검경이 부검을 제안한 사례가 18건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이중 ‘마약’을 언급한 사례도 5건 있었다.
협의회에 따르면 광주지검 소속 검사 한 명은 희생자 장례식장에 찾아와 유가족에게 부검을 제안했다. 이 검사는 유가족이 이유를 묻자 “SNS상에 마약 얘기가 떠돌아 근거나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한 유가족은 “희생자 시신을 병원 영안실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경찰이 범죄나 마약에 연루됐을 수 있다며 부검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유가족은 부검 의사를 묻는 경찰에게 하지 않겠다고 답하자 해당 경찰이 “검사가 마약 관련 부검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해 화를 냈다고 했다.
이 외에도 검사로부터 ‘마약 등 수사를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 ‘사인을 알기 위해 부검해야 한다’ ‘마약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등의 말을 들은 유가족도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대검찰청은 마약 부검을 권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일선 검찰청에 마약과 관련한 별도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마약 관련한 별도의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전달하거나 경찰을 상대로 마약범죄 수사를 요청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대검은 “이태원 참사 직후 일선 검찰청에 검시 업무에서 희생자의 시신을 신속하게 유족에게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유족이 원하는 경우에만 그 의견을 존중하여 부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전국 19개 검찰청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희생자 158명에 대해 직접 검시를 진행해 유족에게 인도했고, 그중 유족의 요청이 있었던 3명에 대해서만 유족의 뜻을 존중해 예외적으로 부검을 실시했다”고 부연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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