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에 전사자 1000여 명의 이름이 잘못 새겨지는 등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6·25전쟁 연구자인 역사학자 할 바커 형제는 추모의 벽에서 최소 1015개의 철자 오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바커 형제의 아버지는 은성무공훈장을 받은 6·25 참전용사다.
바커 형제에 따르면 적의 공격을 방어하던 중 전사한 미국 원주민 프레데릭 볼드 이글 베어 상병 이름은 뒤죽박죽 뒤섞여 이글 B F 볼드(Eagle B F Bald)로 새겨졌다. 포로로 붙잡힌 동료 조종사를 구하려다 격추돼 사망한 헬리콥터 조종사 존 코엘쉬 중위의 이름도 잘못 기재됐다.
바커 형제는 하와이에서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군인과 부동액을 알코올로 오인해 마시다 사망한 사람 등 전쟁과 전혀 관련 없는 상황에서 사망한 사람 245명도 추모의 벽 전사자 명단에 포함됐다. 6·25전쟁 이후 60년을 더 살면서 8명의 손주를 본 뒤 사망한 해병대 참전용사 등 전사자가 아닌데도 추모의 벽에 이름을 올린 군인들 역시 확인됐다.
NYT는 또 바커 형제를 인용해 “야간 임무 중 추락한 폭격기 조종사 월더 맥코드 중위 이름 등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약 500명의 전사자가 명단에서 빠졌다”고 보도했다.
바커 형제는 미국 국방부가 보유한 6·25 전사자 명단 자체에 오류가 많아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1950년대에 종이에 구멍을 뚫어 정보를 저장하는 IBM의 ‘천공 카드 컴퓨터’로 전사자 명단을 관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명단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천공 카드는 입력할 수 있는 정보의 수가 제한돼 이름이 길거나 복잡한 경우 오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천공 카드로 기록한 명단을 디지털로 전환했지만, 처음부터 잘못 입력된 명단은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추모의 벽은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에 설립된 기념물로, 한국전쟁 전사자 4만3748명(미군 3만6574명·카투사 7174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2420만 달러 예상 중 한국 정부가 2360만 달러를 부담했다. 추모의 벽에 새겨진 명단은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과 미국 국방부의 책임으로 작성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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