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경원 전 의원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심 1위’를 달리는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는 이번 전당대회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나 전 의원은 ‘출마냐, 불출마냐’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다만, 출마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에 조금씩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김기현 의원을 밀고 있는 친윤(친윤석열)계는 ‘나경원 견제’에 나섰다.
친윤계가 공격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게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라는 두 가지 중책을 맡겼는데, 여기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당권만 노린다는 것이 1차 비판의 핵심이다.
여기에다 나 전 의원이 지난 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출산시 대출을 탕감해 주는 이른바 ‘헝가리 제도’를 언론에 발표했던 것은 빌미의 결정타가 됐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안상훈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6일 브리핑을 직접 갖고 “나 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게 두 가지 중책을 맡긴 이유가 무엇이겠냐”면서 “맡은 바 자리에서 소임을 다해 달라는 취지였는데, 지금 나 전 위원장은 그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윤계 재선의원도 “나 전 의원이 수조원의 예산이 드는 정책을 정부와 사전 조율도 없이 독단적으로 발표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다”면서 “정부 정책기조와 정반대의 포퓰리즘적 정책을 앞세워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억측을 바탕으로 한 근거 없는 곡해를 지양해 달라”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면서 “어쨌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확전을 피했다.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전까지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나 전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결심할 경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도가 높은 나 전 의원이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예측불허의 혼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김기현 의원은 “저출산 고령사회에 대한 문제와 대책이 매우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인 만큼 나 전 의원이 그 시급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둘러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은 9일 전당대회 공식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다. 김기현·윤상현 의원에 이어 세 번째 공식 출마선언이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대통령의 업적에 기대는 ‘윤심팔이’ 후보가 아니라, 대통령에 더욱 힘을 보태는 ‘윤힘’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윤심 마케팅’에 집중하는 김 의원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현수 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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