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에서 29일 발생한 화재 사고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방음벽의 소재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34명의 경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터널 안에 있던 승용차 3대와 SUV 차량 1대에서 발견됐다.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시작돼 방음 터널 내 방음벽으로 옮겨붙어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음 터널은 뼈대만 남고 거의 전소되다시피 했다. 화재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방음벽 소재가 지목되고 있다.
일반도로의 터널과 달리 터널형 방음시설의 천장과 벽면에는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등이 주로 쓰인다. 두 소재 모두 투명한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열을 가했을 때 유연하게 되고 온도를 더 올리면 녹는 성질을 갖는다.
사고가 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은 아크릴의 일종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재는 폴리카보네이트의 경제적 대안으로 사용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안전성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YTN 뉴스이브닝과의 인터뷰에서 “투명한 아크릴 방음벽은 화재가 났을 경우 유독가스를 많이 내뿜는 플라스틱 계통의 재질로 상당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백여 미터 되는 아크릴에 단시간에 불이 붙었고 터널 안의 유독가스로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미관이나 시야 확보에 치중해 플라스틱 계통 방음벽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과거부터 계속해서 경고가 있었음에도 안전에 대한 대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방음 터널을 만들 때 불에 취약한 재질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적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사고에 대비해 터널 안에 구간표시를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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