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전기·가스 요금 대폭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요금 인상 시점과 횟수에도 관심이 쏠린다. 물가 등을 고려해 ‘단계적 인상’에 힘을 싣는 기획재정부와 ‘전고후저(前高後低)’ 방식의 인상을 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간 막판 조율이 벌어지고 있다.
27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이번주 후반 중 내년도 전기·가스 요금 인상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일찍이 정부는 내년도 전기·가스 요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한국전력의 적자는 올해 30조원,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은 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전이 자금 조달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로 발행하고 있는 회사채는 자금시장 경색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이상 폭으로 공공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공개된 한전 경영 정상화 방안 문건은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내년 기준연료비를 포함한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51.6원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인상분(㎾h당 19.3원)의 2.7배 수준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내년 인상폭이 여기에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51.6원은 현재 연간 상한이 5원인 연료비조정단가를 ㎾h당 10원으로 확대한 것 등을 가정했을 때 산정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최근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거시 경제 여건을 고려하며 한전 누적 적자와 미수금이 2026년까지 해소되도록 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것”이라며 ‘단계적 인상’에 방점을 찍었다.
관심은 내년도 전기·공공 요금이 언제·얼만큼 인상될 것인가다. 올해 전기요금은 세 차례에 걸쳐 ㎾h당 전력량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조정요금 5.0원씩 올랐다. 이중 기준연료비는 4월과 10월, 기후환경요금은 4월, 연료비조정요금은 7월에 각각 인상됐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1년 치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부담을 고려해 조정 시기를 내년 4월 이후로 분산했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일단 올해처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시점을 고르게 분산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정부가 내년 1분기까지는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기재부는 올해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약 0.1~0.2%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산업부가 ‘전고후저(前高後低)’ 방식의 인상을 바라고 있는 점은 변수다. ‘한전 경영 정상화’ 문건에 따르면, 상반기에 많이 올리는 전고후저 방식을 반영할 경우 2023년 영업이익은 1조9000억원, 1년 내 분기별로 균등하게 반영하면 2023년 영업적자는 1조3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도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내년 상반기 19원 인상 희망’이라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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