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 갈림길에 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이달 5일 1차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지 18일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박원규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 심문에 들어갔다.
이 전 서장은 심문 출석을 위해 법원에 도착해 취재진과 만나 “당시 경찰서장으로서 죄송하고 또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사실대로 성실하게 임하겠다”라고 심경을 밝힌 뒤 법정으로 향했다. 송 전 실장은 취재진을 피해 법정에 들어갔다.
경찰청 특수수사본부(특수본)는 이 전 서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에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만 적시했으나 이번엔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도 추가했다. 이 전 서장이 실제보다 48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고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고도 바로잡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이 전 서장이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1시5분쯤이다. 하지만 용산서 상황보고에는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17분 도착한 것으로 기재돼 논란이 됐다.
송 전 실장은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나온 인파를 인도로 밀어 올리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상관인 이 전 서장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고 현장 통제도 미흡하게 해 구조를 지연시킨 혐의도 있다. 특수본은 송 전 실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된다.
특수본은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당초 두 사람의 심사도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심사가 끝난 뒤 이날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으나 박 청장이 지난 19일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사흘 뒤인 26일로 연기됐다.
박 구청장과 최 과장은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특수본은 또 박 구청장이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을 증거인멸 시도로 판단해 이 혐의도 영장에 적시했다. 최 과장은 참사 발생 후 재난 사태 수습에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받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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