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큰손’이라 불리는 백만장자 투자자들이 내년 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비관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CNBC방송은 19일(현지시간) 100만달러 이상의 투자자산을 보유한 미국인 7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내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CNBC는 내년 S&P 500 지수가 15%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도 3분의 1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S&P 500 지수는 18%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2023년에도 올해와 같은 정도의 추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개인 자산에서 가장 큰 위협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28%) ‘주식시장’을 꼽았다. 가장 많은 응답인 주식시장은 주가 하락을 가장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백만장자 투자자들은 전체 개인 보유 주식의 85%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비관적인 시각은 증시에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금리인상·경기침체 등이 문제점으로 떠올라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져 자산가들은 현금을 쥐고 상황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CNBC방송은 전했다. 백만장자 투자자들의 절반 가까이는 작년보다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널렸다고 밝혔다. 응답자 46% 중 17%는 현금 비중을 ‘아주 많이’ 늘렸다고 전했다.
내년 말 경제가 지금보다 ‘약해질 것’ 혹은 ‘더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60%에 이르렀다. 그러나 시장 전망에 대한 백만장자 투자자들의 시각은 세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의 81%는 내년 말 자신의 자산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베이비 부모 세대 응답자의 61%는 내년 자산이 지금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설문조사를 수행한 스펙트렘그룹의 조지 월퍼 사장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백만장자 투자자 그룹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비관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세대 간 시각 차이에 대해서는 “밀레니얼 세대는 저금리와 자산가격 상승 시대에서 자라 주가 하락 후 빠른 반등 패턴에 익숙하지만, 고령층은 1970~1980년대 인플레이션과 10년 이상의 하락장을 기억하고 있어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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