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야당 대표를 ‘거만한 멍청이(an arrogant prick)’라고 표현해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강해집시다, 친절합시다’라는 뉴질랜드 코로나19 표어와는 달리,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행동이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3일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 하원에서 야당인 행동당 데이비드 시모어 대표를 향해 욕설을 뱉었다.
당시 시모어 대표는 아던 총리가 자신의 치적으로 자부해온 코로나19 방역정책이 무너진 것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했다. 아던 총리는 시모어 대표의 공격적인 질문에도 밀리지 않고 침착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나 질의가 끝난 뒤 아던 총리는 감정이 격앙됐는지 TV 생방송 마이크가 켜져 있는 것을 모르고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아던 총리의 입에서 나온 ‘prick’은 남성의 성기를 뜻하기도 하는 금기어이며 ‘바보스럽고 불쾌한 사람’을 격하시켜 칭하는 욕설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그동안 국민에게 코로나19 방역 정책 준수를 요구하며 서로에게 ‘친절하자’는 표어를 사용해왔다. 선데이타임스는 이 문구가 방방곡곡 적혀 있었다며 “아던 총리의 배려심 있는 모습을 상징했었다”고 평했다.
아던 총리의 이런 발언에 비난 여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에게는 친절을 당부하면서 총리 본인은 정치적 경쟁자에게 심한 말을 내뱉어도 되냐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친절하다고 외던 주문은 어떻게 됐냐”“위선이 드러나고 있다”“가면이 벗겨지고 있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선데이타임스는 전했다.
이런 여론은 아던 총리의 3연임 도전에도 악영향을 기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코로나19 고강도 봉쇄 정책이후 지지율이 급강화 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최근 아던 총리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는 29%로 취임 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던 총리는 시모어 대표에게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모어 대표는 이에 “우리가 진정 기다리는 사과는 고물가와 차량돌진 강도 사건을 걱정하는 뉴질랜드 국민에 대한 사과”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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