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식당에서 키우던 고양이를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잔혹하게 죽인 20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이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SNS에 적극 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창원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김민정)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 16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보호관찰 1년과 사회봉사 16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 1월 경남 창원시 한 식당 골목에서 고양이 ‘두부’의 꼬리를 잡고 담벼락에 16차례 내리쳐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A씨가 체포되지 않았던 지난 1월 30일 이 사건을 언급하며 “이재명 정부는 모든 자치경찰에 동물학대범죄 전담팀을 구성해 동물학대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A씨는 경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취업 준비와 고양이 울음소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라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범행이 잔인하고 고양이 주인이 정신적 충격을 받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했고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보호 처분 등을 받은 사실도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는 1심 판결이 나온 뒤 “실형을 기대했으나 집행유예가 나와 통탄한다. 검찰이 항소하도록 탄원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을 방청한 카라 관계자는 “법정에서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두부가 이미 축 늘어져 사망한 상황에서도 벽에 내려치는 A씨의 강도와 속도에 변함이 없었다”며 “A씨는 가학적 감정을 표출하는 극심한 폭력성을 보였다. 사망한 두부의 머리는 함몰됐고 인근 건물 2층에까지 핏자국이 튀어 오를 만큼 범행 현장은 처참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처를 요구하며 반성하겠다던 A씨의 모습은 재판장을 벗어나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분노한 시민들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귀가하는 A씨를 따라가자 ‘건드리지 마라, 고소하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고 했다.
두부 보호자 B씨는 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늘처럼 추운 날씨에 가게에서 서성이던 두부를 돌보기 시작했다. 간식을 먹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오열했다. 그는 “두부가 죽고 난 뒤 밤새 우는 아들에게 나쁜 사람은 처벌받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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