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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봄] 아기자기함에 감춰진 깊은 이야기, ‘산나비’와 ‘비포 더 나잇’

잘 만든 인디 게임은 아기자기한 그래픽 뒤에 깊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대규모 자본에 기대지 않은 채 개발자가 독창적인 숨결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산나비’와 ‘비포 더 나잇’이 인디 게임 축제에서 이러한 매력을 뽐냈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센터는 이달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인디게임 페스티벌 ‘버닝비버(Burning Beaver) 2022’를 개최하고 있다. 버닝비버는 총 3층에 걸쳐 전시, 체험 부스, 굿즈샵,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비버네컷’ 등으로 채워졌다. 참관객은 약 150여 개의 최신 인디 게임을 플레이해 볼 수 있다. 행사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페스티벌로 기획됐다.
인디 게임 '산나비' 부스 사진

로프를 이용한 빠른 이동, ‘산나비’

원더포션이 개발한 ‘산나비’는 조선 사이버펑크 로프 액션 플랫포머 인디 게임이다. 도트로 그려진 평화로운 프롤로그로 시작하지만, 주인공의 딸이 공격을 받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된다.

조선과 사이버펑크라는 이색적인 조합이 눈에 띈다. 딸이 “집에 없던 시계가 있다. 출처는 산나비다”라고 말하자 주인공은 “당장 나오라”며 매우 급하게 집으로 달려간다. 집이 폭파되면서 딸은 행방불명된다. 딸의 마지막 말인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말이 유일한 힌트다.

주인공은 오른팔의 거대 의수에 달린 사슬 집게를 이용해 각종 지형을 붙잡고 이동한다. 속도감이 느껴진다. 벽을 타거나 천장에 매달리는 플레이는 흡사 날아다니는 듯한 자유로움을 잘 표현했다.

하지만 로프 플레이는 역으로 난도를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로프 길이를 조절하는 게 불가능해 지형을 적절히 이용하는 플레이가 요구된다.

난이도는 ‘쉬움-보통-어려움-매우 어려움’으로 총 4가지로 구분된다.

산나비는 2022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인디게임상’을 수상하며 눈길을 끈 바 있다. 네오위즈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디게임 '비포 더 나잇' 판넬 사진

“귀여운 토끼를 도끼로?”, 잔혹함 돋보이는 ‘비포 더 나잇’

부스 중 일부는 천막으로 가려져 있다. 이들은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으로 신분증을 보여줘야만 입장할 수 있다. 무서운 게임이라기에 망설였지만 집중해서 게임을 즐기는 참관객을 보며 부스에 입장했다.

비포 더 나잇은 언에듀케이티드 게임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호러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인간과 동물의 위치가 뒤바뀐 세계에서 리사가 그의 주인 앨리스를 부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시작은 귀여웠으나 끝은 잔인했다. 깡충깡충 마을에 도착한 리사는 생명의 꽃을 꺾고, 무해한 토끼에게 도끼를 던진다. 유혈낭자(流血狼藉)한 장면이 연속적으로 연출된다. 생명의 꽃을 꺾으면 동물 세계도 파괴되지만, 리사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 괴물이 된 토끼들이 점차 강해지므로 빠르게 달려 마을을 탈출하는 두뇌 회전 플레이도 필요하다.

토끼와 ‘앨리스’라는 캐릭터 이름 때문에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참고한 줄 알았다. 임상진 1인 개발자는 “해당 동화를 참고하진 않았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동물 세상이 나오고 기괴한 느낌이 있듯 이 게임도 동물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담겨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의 잔인함에 대해 “청소년이용불가로 계획하고 만든 게임이 아니었지만 게임에 필요한 묘사를 넣다 보니 청소년이용불가가 됐다”고 멋쩍게 답했다.

임 개발자는 차기작 출시를 예고했다. 그는 “국내에는 인디 게임 행사가 적은 편인데, 이렇게 큰 행사가 서울 한복판에 열려 정말 기쁜 마음이다”며 “장벽이 있을 때마다 극복하는 게 인디 게임 개발의 묘미다. 하지만 어려워도 즐겁게 개발에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진솔 인턴 기자 s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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