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 가능… 저희 매장은 ‘펫프렌들리’입니다.”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이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해 살아가는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반려인을 위해 식당, 카페 등에서 동물의 동반을 허용하는 ‘펫프렌들리’ 문화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매장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개들이 있다. 왜 어떤 개들은 환영받지 못할까.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이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해 살아가는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반려인을 위해 식당, 카페 등에서 동물의 동반을 허용하는 ‘펫프렌들리’ 문화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매장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개들이 있다. 왜 어떤 개들은 환영받지 못할까.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배우 이기우씨의 하소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이씨는 유기견 출신의 믹스견(잡종견)을 입양해 지내는 일상을 소개했다.
지난달 12일 방송분에서 이씨는 지인과의 대화 중 특정 중대형견과 믹스견의 경우 반려견 동반 숙소에 출입할 수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펫 프렌들리 문화의 확산에도 특정 종과 믹스견에 대한 차별이 존재함을 드러낸 발언은 같은 처지의 반려인들로부터 큰 공감을 샀다.
반려인 1450만 시대, 반려가구 10곳 중 8곳이 개를 키운다. 2021년 KB경영연구소가 발행한 ‘한국 반려동물보고서’ 내용이다. 반려인구가 늘면서 관련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반려견 놀이시설, 반려견 호텔 등 반려견만을 위한 영업장이 급증했고 일반 식음업장 등에서도 ‘반려견 동반 가능’ 문화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들 업장에 ‘환영받지 못하는 개’가 정해져 있다. 펫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업장임에도 특정 중대형견과 그 믹스견은 출입을 제한한다는 운영지침을 세운 경우가 많다.


보통 출입제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도사견, 핏불테일러 등 동물보호법이 규정하는 맹견들이다. 여기에 진돗개 등 사납다고 여겨지거나 체구가 큰 견종들이 추가된다. 카페나 식당 등은 공지사항을 통해 ‘(다른 반려인들과의)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그렇게 한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소형견 반려인들 “중대형견 위험하다” vs. “그래도 견종 차별은…”
이 같은 제한 지침에 대해 반려인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비교적 작은 체구의 개를 반려하는 이들은 업장의 출입제한 지침을 지지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반면 견종을 이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출입제한 지침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려인들은 반려견의 덩치 차이, 특정 종의 공격적 성향이 자칫 위험한 상황을 부를 수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한다. 푸들 ‘녹두’를 반려하는 A씨는 10일 “대형견이 지나가면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바로 강아지를 안아버린다”고 말했다. 포메라니안 ‘몽실이’를 반려하는 B씨는 “애견카페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큰 개가 내 반려견을 물려고 한 적이 있어서 그 후론 큰 개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업장에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반려견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서 특정 견종의 사례를 본 경험을 토대로 경계심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푸들을 반려하는 C씨는 “방송에 나온 유명한 트레이너가 진돗개는 참을성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 우리보다 잘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서 그 뒤로 진돗개를 보면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출입제한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중대형견·소형견 공간 분리’ 등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비숑프리제 ‘하루’의 반려인 D씨는 “대형견이 갈 수 있는 애견카페가 많지 않다. 큰 개들도 똑같은 개인데 몸무게에 따라 입장을 금지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안전을 위해 반려견들을 몸무게에 따라 분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푸들 ‘강해’를 반려하는 E씨는 “기준이 몸무게일 경우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견종에 따라 입장 금지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종을 기준으로 한 견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중대형견 반려인들 “태어나면서부터 위험한 개는 없다”
출입제한 대상이 되는 반려인들은 이러한 취급이 부당하다고 입을 모아 항변한다.
진도믹스 ‘순돌이’를 반려하는 F씨는 “진도믹스는 워낙 못 들어간다는 곳이 많으니 사전에 전화해보고 간다”며 “이젠 거의 안 가게 됐다. (업장들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마찬가지로 진도믹스 ‘파미’를 반려하는 G씨, 진도믹스 ‘호두’와 ‘두부’를 반려하는 H씨, 진도믹스 ‘찬스’를 반려하는 I씨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G씨는 “애견카페라는 곳에서도 진도믹스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적도 있다”며 개를 위해 생겨난 업장임에도 특정 종은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I씨는 “식당과 카페에서 입장을 거부당하거나, 주문한 음식과 음료를 먹는 도중 나가 달라고 했던 사례들이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H씨는 “업소의 사정에 따라 사고 예방을 위해 입장 제한 규정을 둘 순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입장 제한을 두는 대부분 업소에서 견종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과 일반화를 바탕으로 차별적인 규정을 제시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출입제한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특정 종에 대한 편견과 배제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F씨는 “순돌이랑 산책하러 나가는 길목에 자연스럽게 강아지들끼리 인사시키면서 서로 친구도 만들어주는 장소가 있다. 그런데 대놓고 견종 차별하는 분들이 계셔서 안 가게 되더라”며 “유독 진도 강아지들만 움직임이 조금만 격해져도 과하게 단속한다든가, ‘역시 진돗개라서 공격적이다’ 같은 말을 한다”고 토로했다.
H씨는 이 같은 차별 경험이 진도믹스 등 ‘사납다’고 여겨지는 개들에게만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호두와 두부를 반려하기 전에는 푸들 ‘몽이’와 16년을 함께 했다. 그 16년은 너무나 평화로웠다”며 “길거리에서 이유 없는 시비에 휘말리고 반려견 동반 가능 업장에서 출입제한을 받은 일, 이 모든 것을 진도믹스를 반려하고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진도믹스 세 마리와 함께 사는 J씨도 “일단 시선부터가 다르다. 진도는 사납고 예민하다는 프레임이 있기에 산책 중 상대 쪽 개가 시비를 걸어 우리 반려견들이 반응해도 정작 우리 아이만 사나운 개가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반려견 콘텐츠를 다룬 미디어가 불필요한 차별을 조장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H씨는 “한 트레이너가 방송에 나와 리트리버는 옐로카드를 100장 갖고 있지만 진돗개는 한 장뿐이라 참을성이 없다는 말을 한 걸 보고 분개했다”며 “견종이 결코 그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러한 편견이 비인기종 중대형견과 믹스견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선호 견종이 아닌 중대형견의 경우 입양이 잘되지 않아 안락사 대상이 되거나 해외입양을 떠나는 처지인데, 이들을 반려한다는 이유만으로 눈치를 보게 된다면 인기 견종·소형견에만 선호가 쏠리는 비대칭적 구조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류동환, 서지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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